CTR 신라상회기금, 사업 대신 '조직 전체' 평가…성과·팀·재정 함께 본다

입력 2026-08-27 10:46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육성·지원하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회문제 해결 조직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지원 대상과 자원 규모가 커질수록 어떤 조직에 무엇을 기준으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기존 민간 지원사업이 사업계획과 예산을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해 왔으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조직이다. 이에 따라 조직이 지금까지 무엇을 만들어왔는지, 재정과 운영 기반이 지속가능한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TR그룹의 신라상회기금은 오는 31일부터 시작하는 2기 공모에서 기존 프로젝트 단위 지원에서 조직 단위 지원으로 지원 방식을 변경한다고 27일 밝혔다.

심사에서는 ▲미션과 사회문제 ▲실제 성과 ▲대표자와 팀의 경험 및 역량 ▲재무 투명성 ▲해결 방식과 실행력 ▲향후 계획 ▲추가로 만들어질 사회적 임팩트 등을 검토한다.

신청 조직은 필란트로피 테크 기업 Giboo(기부닷컴)의 조직 프로필과 임팩트 트래커(Impact Tracker)를 활용해 사업과 성과를 구조화할 수 있다. 지원 분야와 활동 지역, 규모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조직의 외형보다 실제로 어떤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왔는지,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추가적인 자원이 주어졌을 때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실행력을 함께 살핀다.

지원 규모를 정하는 방식도 신청 조직이 원하는 지원액을 제시해 경쟁하는 일반적인 공모 형태에서 벗어나, 재정 규모와 역량, 기존 성과와 향후 계획을 함께 보고 심사 과정에서 판단한다. 선정된 조직에는 연간 최소 2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며, 성과와 역량에 따라 최대 3년간, 이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장기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총 그랜트 규모는 4억 원이며, 내년 6억 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원금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 필요한 분야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세밀한 통제보다 실제 변화를 확인하는 ‘신뢰 기반 지원’ 방식을 채택했다.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은 “신라상회기금은 좋은 계획을 많이 지원하는 것보다 변화를 만들어온 조직이 다음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기금이 되고자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얼마를 지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추가적으로 가능해졌느냐”라고 설명했다.

선정 이후의 관리 방식도 개편된다. CTR과 Giboo 운영팀은 각 조직과 함께 목표와 KPI를 정교화하고 변화와 마일스톤을 지속 확인하며, 상황이 달라지면 KPI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계획의 수행 여부보다 조직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방식이다.

정향모 CTR홀딩스 본부장은 “1기를 운영하며 사업 완료 여부만 보는 것보다 조직이 현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조직 전체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의 신청과 성과관리는 Giboo를 통해 진행된다. 조직은 Giboo에서 미션과 사업, 팀, 재정 등을 정리하고 성과를 임팩트 트래커에 기록한다. 심사 후 사라지는 일회성 지원서가 아닌, 이후 성과가 계속 연결돼 지속적인 조직 기록으로 축적된다. 원할 경우 일부를 공개 프로필로 전환해 지원기관이나 파트너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지은 Giboo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직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더 많은 정책과 자원이 연결되는 시기일수록 조직의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조직을 발견하고 평가·지원한 뒤 성과까지 이어서 볼 수 있는 정보 인프라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합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 역시 통합 플랫폼과 통계 구축 등 정보 인프라 강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도와 자금이 확대될수록 지원의 양보다 어떤 조직에 얼마의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지, 지원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판단할 정보가 함께 축적되는 일이 중요하다. 신라상회기금 2기는 이러한 질문을 실제 지원 과정에 적용해보는 사례다.

2기 공모는 오는 3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신청 기준과 절차는 Giboo 신라상회기금 2기 공모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