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1초까지 줄인다…세계 지하철 '스피드런' 열풍

입력 2026-08-27 09:49
수정 2026-08-27 09:52


뉴욕 지하철이 ‘경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의 모든 역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방문해 세계 기록을 세우려는 ‘스피드러너’들이 몰려들면서다. 화장실 갈 시간마저 아끼며 20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는 극한의 기록 경쟁이 세계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등의 지하철을 무대로 세계 기록을 노리는 ‘스피드러너’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운행 시간표를 분석해 최적의 환승 경로를 짜고 실제 역사에서 수차례 예행연습까지 한다. 세계 각지의 기록을 집계하는 ‘트랜싯런스’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부터 칠레 산티아고까지 335건의 기록이 등록돼 있다.

최근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광역철도 바트(BART)다. 50개 역, 총연장 210㎞을 얼마나 빨리 돌 수 있는지가 승부다. 2024년 초 UC버클리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자이드 마야가 처음으로 6시간의 벽을 깼고, 같은 해 3월 버클리 학생 7명이 5시간47분 기록을 세워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엔조 우는 마야의 도전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뒤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트 시간표를 파고든 그는 기존 기록을 20분가량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내 마야에게 함께 도전하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매일 환승 연습을 했다. 계단을 몇 칸씩 뛰어넘고 개찰구에서는 스마트폰보다 실물 카드가 빠르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공항 트램으로 갈아타는 구간에서는 단 한 번의 지연도 허용되지 않았다.

두 차례 실패 끝에 두 사람은 바트 전 역을 5시간30분 만에 돌았다. 트랜싯런스 기준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통근열차를 활용하면 기록을 20분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환승을 위해 4분 안에 1마일(약 1.6㎞)을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달리기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공유 자전거를 이용했다. 다른 스피드러너와 함께 5시간9분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스피드런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시카고 지하철 기네스 기록 보유자인 심리학 박사과정생 조아베 바르보사는 “도시 곳곳을 누비는 과정에서 내면의 탐험가를 발견했다”고 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 발목을 다친 케이트 존스는 2023년 뉴욕 지하철 전 역을 22시간14분10초 만에 방문하며 기록을 세웠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