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메모리 등 구매약정 2790억달러…석 달 새 134% 급증

입력 2026-08-27 08:21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약정을 석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렸다. 내년 AI 반도체 수요가 현재 확보한 공급능력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자 수년치 공급망을 선점하는 데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메모리와 생산시설 등을 포함한 공급·생산능력 약정은 7월 말 기준 279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1190억달러보다 134% 증가했다.

약정 규모는 최근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503억달러에서 올해 1월 952억달러, 4월 119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이번 분기에는 2790억달러로 뛰었다. 절대 증가액과 분기 증가율 모두 최근 증가세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2026년2월~2027년1월) 남은 기간 920억달러, 2028회계연도 870억달러, 2029회계연도 880억달러 규모의 약정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공급 부족이 내년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2028회계연도 매출 70% 성장에 필요한 공급량을 확보했다”며 “하지만 수요는 그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D램, 파운드리 생산능력 등 공급망에서 가장 심각한 병목을 묻자 황 CEO는 “우리 공급망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사실상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며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전체 공급망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대규모 약정을 맺는 것은 베라 루빈을 비롯한 차세대 AI 가속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 약정은 현재 베라 루빈 생산 확대뿐 아니라 내년 전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필요한 공급과 생산능력을 이미 상당 부분 약정으로 맞춰놓은 것이 성장 전망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 메모리 업체와의 장기 계약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자료에서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체결한 글로벌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 기술 공동 파트너십을 재차 언급했다. 다만 2790억달러 약정 가운데 SK하이닉스와의 계약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약정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패키징 등 제조 생산능력도 포함돼 있다.

엔비디아는 마진율 하락 역시 메모리 공급 부족의 결과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총이익률 75%라고 밝혔는데 3분기에는 73.5~74.5%, 4분기에는 71~7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스 CFO는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회사 예상보다 컸으며 공급 부족이 2028회계연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