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암 백신’ 임상에 참여한 의사가 말하는 암 치료, 무엇이 달라지나 [암 백신 빅뱅②]

입력 2026-09-02 05:00
<편집자 주>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60만 명. 26년 뒤인 2050년에는 35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약 70% 증가다. 암 환자가 늘면서 치료 시장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치료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환자마다 다른 암을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치료법을 넘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 구도와 투자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더 많은 암을 더 정밀하게 치료해야 하는 시대. 암 치료의 다음 승부처는 어디에 있을까.





기존 항암치료의 공식은 ‘만들어진 약 중에서 환자에게 맞는 약을 고르는 것’이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백신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환자의 종양을 분석해 암세포만의 특징을 찾아내고,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새로 설계한다.

문제는 맞춤 제작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이다. 환자마다 종양을 분석하고 수십 개의 항원을 골라 mRNA를 설계한 뒤 제조·운송까지 거쳐야 한다.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과 물류 인프라가 모두 필요하다. 개인맞춤형 치료가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기존 항암제에는 없던 새로운 과제도 던진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폐암 전문의인 이대호 교수는 이 같은 변화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인 인티스메란 오토진의 폐암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머크가 최근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mRNA 암 백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폐암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 교수를 만나 mRNA 암 백신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실제 치료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Q. 기존 항암치료와 mRNA 암 백신은 치료 방식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까지 암 치료제는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시작해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이었죠. 그런데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도 결국은 만들어진 약 가운데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 쓰는 방식입니다. 정밀의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정밀의료는 더 많은 환자의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그중 어떤 치료제가 잘 맞을지를 찾아주는 개념입니다.

mRNA 기반 암 치료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환자의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비교해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특정 항원(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공격해야 할 암세포의 고유한 특징)을 찾아내고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직접 만드는 전략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성복과 맞춤 양복의 차이입니다. 기존 치료제가 사이즈별로 만들어진 기성복이라면 mRNA 암 백신은 환자의 몸을 직접 재서 만드는 맞춤 양복에 가깝습니다.”

Q. 가장 큰 장벽은 무엇입니까.

“맞춤 양복과 똑같습니다. 기성복은 가서 바로 사 입을 수 있지만 맞춤 양복은 양복점에 가서 치수를 재고 재단사가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개인맞춤형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의 종양을 분석하고 항원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제를 설계한 뒤 다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제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지금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데 대략 3~6주 정도가 필요할 수 있는데 환자에 따라서는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특히 4기 환자는 치료가 급하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치료를 미룰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먼저 표준치료(안전성이 검증된 치료법)를 하고 그동안 환자에게 맞는 mRNA 백신을 만들어 완성되면 추가로 투여하는 방식이 가능할 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분석과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그 과정을 얼마나 표준화하느냐입니다.

mRNA 자체를 만드는 기술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분석부터 제조, 물류까지 이 모든 과정을 연결하는 데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기술 하나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Q. 백신인데 왜 수술 후에 이 치료를 하는 건가요.

“현재는 수술로 종양을 모두 제거한 환자의 재발을 낮추는 데 이 치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에도 재발 위험이 남아 있는 환자에게 mRNA 백신을 투여해 재발을 막는 것이죠. 재발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생존기간을 늘리고 더 나아가 완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환자가 대상이 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맞춤형 백신을 만들려면 환자의 암 조직이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술 과정에서 종양 조직을 확보할 수 있고 수술 후에는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조직을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현재 연구에서는 재발 위험이 높은 2·3기 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4기 환자는 상황이 다릅니다.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기 위해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충분한 종양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Q. 앞으로 임상에서는 어떤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생존기간(OS)입니다. 환자의 생존기간이 실제로 늘어났는지를 봐야 합니다. 다만 수술을 받은 환자는 기본적으로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전체 생존기간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중간 지표로 무재발 생존기간(수술이 끝난 날부터 암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걸린 기간) 등을 봅니다.

반면 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나 4기 환자는 전체 생존기간을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OS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상황에 따라 무재발 생존기간이나 무진행 생존기간(항암제를 쓰기 시작한 날부터 암이 더 자라거나 나빠지지 않고 유지된 기간) 등을 활용하게 됩니다.”

Q. mRNA 백신과 키트루다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mRNA 백신은 암세포의 항원을 만들어서 T세포(암세포 저격수)에게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T세포가 실제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군인이라면 mRNA 백신은 군인에게 정밀한 타격 목표를 찍어주는 겁니다. 반면 키트루다는 암세포의 방해 공작을 무력화해 군인이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암세포는 T세포를 만나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면역관문) 스위치를 누르는데 키트루다가 중간에서 이를 차단합니다.”

Q. mRNA 백신은 키트루다와 반드시 같이 써야 하는 건가요.

“단독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T세포가 충분히 강하면 스스로 암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만 T세포의 힘이 부족한 환자라면 mRNA 백신이 목표를 알려줘도 충분히 공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키트루다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로 T세포의 기능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환자의 몸 속에 T세포(군인) 자체가 부족할 경우엔 목표를 알려주는 것(mRNA 백신)이 소용이 없을 수 있습니다. 군인이 없는데 공격 목표만 알려주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군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카티(CAR-T) 같은 세포치료제입니다. CAR-T는 외부에서 T세포를 만들어 환자에게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군인을 만들어주고(CAR-T), 공격 목표를 알려주고(mRNA 백신), 군인의 힘을 키워주는 것(키트루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연구가 그 정도까지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향후 10년은 어떤 치료제를 단독으로 쓸 것인가보다 여러 치료법을 어떻게 조합하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Q.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번 성과에는 AI도 활용됐다고 들었습니다.

“‘진짜 적군 같은 좋은 몽타주(항원)를 찾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암세포 특유의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지는 ‘신생항원(암 조각)’을 잘 발굴해내야 하고 그중에서도 T세포의 공격 능력을 가장 확실하게 자극할 수 있는 진짜 알짜배기 항원을 골라야 합니다.

그런데 종양에서 이 항원을 식별해내는 기술 자체가 매우 난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분석을 통해 암세포에서 100개 정도의 항원을 찾아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중 실제로 치료 효과를 낼 진짜 좋은 항원이 몇 개나 섞여 있는지는 미리 알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전에서는 엄선한 30여 개를 먼저 백신으로 제작해 사용해 보고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나머지 항원을 추가하는 유연한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방대하고 까다로운 분석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열쇠가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암세포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는 인간이 하나하나 확인해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섭니다. 환자 개인마다 암의 특성이 전부 다릅니다.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을 정밀 비교하며 수백만 개의 단백질 가운데 진짜 암과 관련된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찾아낸 단백질이 모두 백신 후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mRNA 백신으로 만들어야 할 타깃이 무엇인지 다시 선별해야 합니다. 종양 내에서 해당 RNA가 실제로 잘 발현되는지, 그리고 진짜 단백질로 많이 발현되는지까지 다각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수많은 항원 중 ‘어떤 항원을 최종 선택해 백신으로 구울 것인가’가 핵심이며 이는 전적으로 각 바이오 기업이 가진 AI 알고리즘과 분석 노하우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들의 핵심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영역이며 앞으로 각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가장 큰 과제입니다.”




Q. 폐암 임상의 결과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한국 환자들을 포함해 전 세계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의 경우 아산병원의 국내 환자 등록은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이르면 내년쯤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더불어 4기 환자들을 포함한 또 다른 폐암 임상시험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흑색종의 경우 2027년부터 상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흑색종 연구에 참여한 국가를 중심으로 허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임상시험에 참여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가지고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허가와 실제 사용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약값이 너무 비싸 국내에서 감당할 수 없다면 회사가 약을 들여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건강보험 체계와 연결되기 때문에 급여 문제가 중요합니다. 개인맞춤형 치료는 일반적인 기성품처럼 약을 들여와 바로 쓰는 방식이 아닙니다. 환자의 종양을 보내 분석하고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만든 뒤 다시 가져와 투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조와 물류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치료비가 너무 비싸 환자가 많지 않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한국에 별도의 제조·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환자가 충분히 있어야 투자할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Q. 국내 기업들도 모더나처럼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mRNA를 만드는 것 자체는 할 수 있습니다. 암 백신을 만드는 것도 할 수 있고 항원을 찾아내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항원을 찾고 여러 후보 가운데 좋은 항원을 골라내고, mRNA를 설계하고 제조하고, 임상시험까지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엮어야 합니다. 비용과 규모,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하단 얘깁니다. 미국처럼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빅테크나 제약사가 있는 환경과 한국은 다릅니다. mRNA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이 플랫폼 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국내 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어떤 기회를 놓쳤다고 보시나요.

“지난 15~20년 동안 시간과 기회를 많이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혁신적인 분야에 도전하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못했습니다. 임상시험을 제대로 진행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일정한 규모의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는 mRNA 기술을 직접 개발해볼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mRNA 백신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우리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국내에서는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암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백신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은 하나의 항원을 대상으로 하면 되지만 암은 환자마다 암의 특성이 다르고 여러 항원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AI를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는 AI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처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플랫폼 가운데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Q.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요.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이라는 치료 전략 자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흑색종에서 확인한 결과가 폐암을 비롯한 다른 암종에서도 나타나는지, 초기 암 환자와 진행성·4기 환자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끝이라기보다 시작이라고 봅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