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AI 모델에 의존할 경우 외부 기업의 정책 변화나 접근 차단에 따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방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원장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AX 전략 포럼' 제3차 세미나를 열고 국방 분야의 AI 전환(AX)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및 군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방 AI 기술 자립과 데이터 주권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대한민국 국방을 위한 소버린 AI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배성준 네이버클라우드 대외전략협력 전무는 해외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킬스위치' 리스크를 지적했다. 최근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사 AI 모델에 대한 해외 고객 접근을 차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방 분야에서 AI 통제권을 외부 기업에 맡기는 데 따른 위험성을 강조했다.
AI가 실제 전쟁의 의사결정 속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 전무는 미국의 이란 공습작전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사례로 들며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xAI의 그록 등이 작전 과정에서 활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AI가 이미 현대전의 의사결정 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짚으며, 국방 분야에서도 AI를 핵심 전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범용 AI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군의 고유한 군사 용어와 작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고,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폐쇄망에서 AI를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 전무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방 데이터를 추가 학습한 ‘국방 특화 모델’을 제시했다. 지휘관의 판단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하네스(Harness)'와 육·해·공군 및 합참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이터 패브릭(Data Fabric)',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옴니모델’ 등을 국방 소버린 AI의 핵심 기술로 꼽았다.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AI를 운영할 수 있는 전용 리전(Dedicated Region)과 현장에 개발 인력을 투입하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조직도 소개했다. 배 전무는 미국 팔란티어와 프랑스 미스트랄AI·다쏘시스템 등의 사례를 들며 국방 AI가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시스템 구축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에는 이성엽 고려대 교수(AX 전략 포럼 위원장)의 진행으로 국방 AI 주권과 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임희주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자적인 AI 기술 확보가 대한민국 국방 안보를 지키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석 세종대 우주항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방우주 분야에서도 인공위성 등 우주물체 관리에 AI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남한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류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홍기현 세종디엑스 AI연구소장, 민대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권경용 고려대 연구위원, 장재만 공군 AI신기술융합센터장, 김만수 전 공군준장 등이 참여했다.
이성엽 위원장은 "국방 AX 전략이 산업·학계·안보 현장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며 “국방 AI 안보 확립과 방위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