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오니 갈 곳이 없다"…임시직으로 내몰리는 50대

입력 2026-08-26 07:56
수정 2026-08-26 08:37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 중장년층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임시·일용직이나 단순노무직으로 하향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소득 공백과 1인 가구 증가가 겹치면서 사회적 고립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변화 대응 사회보장정책 성과분석을 위한 수요 측면 지표 연구: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전체 고용률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고용의 질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55~59세 응답자가 생애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나이는 46.6세였다. 60~64세 응답자는 51.6세로 집계됐다.

보고서가 검토한 선행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도 55~64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평균 연령은 49.4세였다. 정년보다 10년가량 빠른 시기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보편화된 셈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구조조정, 폐업, 해고 등 비자발적 요인이었다.

재취업 과정에서도 고용 불안정은 커졌다. 50대 초반까지는 임금근로자와 정규직 비중이 비교적 높게 유지됐지만, 55세 중후반부터 임시·일용직 비중과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뒤 기존 경력과 단절된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노동시장 불안은 사회적 고립 위험으로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50~64세 중장년층이 1인 가구, 무소득, 비경제활동, 취약한 주거 환경, 활동 제약 등의 요인이 겹칠 경우 65세 이상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의 고위험군을 형성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3년 전국 고독사 사망자 3661명 가운데 50대와 60대가 53.9%를 차지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84.1%는 남성이었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주택이 48.1%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 21.8%, 원룸·오피스텔 20.7% 순이었다.

이는 중장년 남성 1인 가구가 소득 상실과 건강 악화를 겪는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망까지 약해질 경우 고독사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정책 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참여자 수나 정보 제공 건수 같은 사업별 산출 지표에 머물지 말고, 정책 수요자가 실제 체감하는 변화를 볼 수 있는 중간 성과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 부문에서는 50~54세 고용률 대비 55~59세 고용률 격차, 연령대별 임시·일용직 비율 격차, 주된 일자리 지속 비율, 근속기간 차이 등을 핵심 지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봤다.

사회적 관계 부문에서는 친족·비친족과 일상적 교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인 관계망 결핍률, 정서적 위로·금전 지원·아플 때 가사 도움 등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인 다면적 지지 결여율을 정책 성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