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한 달여 앞두고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 장미란씨 실종 허위종결 사건까지 불거지면서다. 경찰 부실 수사 논란이 검찰개혁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및 치안 사건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한성숙 국무총리에게는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 기구에 대해 고민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된 직후에도 사건 경위와 경찰 지휘·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경찰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앞선 국무회의에서도 경찰 수사 체계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민주당도 김민석 대표 직속 '경찰개혁추진단'을 발족했다. 변호사 출신 김남희 의원이 단장을 맡고,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 피해자 대표 등 외부 인사도 참여한다. 당내 경찰 출신 의원들은 자문위원으로 합류한다.
경찰 통제 강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연 토론회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경찰 비위와 부실 수사를 감시할 독립적 외부 통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정이 경찰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10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 검찰청 폐지 이후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이 대부분의 일반 사건을 맡게 된다. 이 상황에서 부실 수사가 반복되면 피해는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검사가 '수사권'은 물론, 경찰의 요청 없이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조언·요청조차 할 수 없는 사실상 세계 유일의 형사사법시스템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K-형사사법시스템'이 향후 어떻게 작동할지는 미지수이나 분명한 것은 범죄자에게는 유리하고 피해자에게는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임호선 민주당 의원도 "최근 1년간 경찰이 보여준 행태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찰이 바로 서지 못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