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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근로 시간 외에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받지 않을 권리,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문제가 논의된 지 한참 지났다. 프랑스, 호주 등 외국에서는 이미 입법이 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국내에서는 소위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10여 년 전부터 몇 차례 발의가 있었을 뿐 현재까지 입법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으로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아직 뚜렷한 소식은 없다. 구체적인 입법의 내용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핵심은 근무 시간 외 불필요한 연락이나 업무지시는 금지되고 업무상 필요성이나 긴급성 등이 인정되는 '합리적인 연락'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떤 경우가 합리적인 연락인지 또는 어떤 경우에 연락할 수 있는지에 관해, 법령에서는 일반적인 표현만 하고 법원의 판결이나 해석에 맡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또는, 노사 간 합의 등을 통해 절차나 한계 등을 미리 정할 수도 있다.퇴근 후 연락, 지금도 문제 된다고?
이처럼 관련 입법이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현재는 퇴근 후 연락을 금지하는 직접적인 규율은 없다. 다만, 근무 시간 외 연락을 하면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해 몇 가지 법률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우선 근무 시간 외 연락에 따른 업무수행은 시간 외 근로에 해당한다. 평일인지 휴일인지에 따라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해당하고,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경우는 '야간근로'에도 해당하게 된다. 그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수당을 가산(통상임금의 50% 가산)하여 보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고정OT 제도 등을 통해 정액의 시간 외 수당 내에서 보상되는 경우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의무가 발생하지 않겠으나, 그러한 제도가 없거나 해당 보상 범위를 벗어나는 시간외근로가 발생한 때에는 별도로 보상 의무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시간은 '근로 시간'에 해당하므로 주 52시간 제한의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반복되면 '직장 내 괴롭힘'일 수도
그런데, 실질적으로 업무시간 외에 꼭 필요해서 연락하는 경우는 (위와 같은 보상 등 외에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로서도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연락받기를 거부하거나 반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근무 시간 중에 처리하면 되는 것임에도 굳이 퇴근 후에 연락하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가 어쩌다 한두 번이라면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반복되는 때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퇴근 후 잦은 연락으로 근로자의 휴식과 사생활을 방해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고, 굳이 그때 연락할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업무상 적정 범위 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장의 업무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업무시간 외 연락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재량근로제로 인해 개인별 근무 시간대가 분명하지 않거나, 이메일을 통한 연락이 상시적인 상황에서 이메일을 즉각 확인할 것이 일반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저녁 있는 삶' 제도로 보장해야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과거에 비해 잦아들고 관련 입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 도입 때문이 아닌가 한다. '괴롭힘 금지법' 도입 이후, 퇴근 후 불필요한 연락을 하는 사례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퇴근 후의 연락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 자체는 존재한다. 빈도나 정도에 따라서는 괴롭힘인지 여부가 모호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괴롭힘 신고가 실질적으로 어렵거나 무의미한 사업장이나 근로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드시 지금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시로 전달되는 연락을 확인조차 하지 않는 것은 근로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업무로부터 신체적·정신적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난 '저녁이 있는 삶'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