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험에 대응해 원유 수송로 다변화에 나선다. 중동 국가들의 우회 송유관 건설을 지원하고,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들여오는 일본 정유사에는 추가 운송비를 보조하기로 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6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실행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 수급 구조 강인화 종합 패키지’를 발표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원유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확충하거나 새로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우회 경로를 통해 원유를 대체 조달하는 일본 정유사에는 늘어난 운송비를 교부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원유 수송과 관련한 보험 안전망도 마련한다. 일본 손해보험사가 해외 보험회사와 재보험 계약을 맺지 못하면 정부가 보험금을 대신 마련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관련 법안은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종합 패키지는 △특정 원유 수송 경로에 대한 의존도 축소 △에너지 자급률 향상 △AI 시대의 에너지 수급 안정 △자원 공급 협력체계인 ‘파워 아시아’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되면서 일본의 취약한 에너지 조달 구조가 다시 부각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6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에게 에너지 조달 다변화 계획을 8월 말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원자력발전 확대와 차세대 태양전지 보급도 패키지에 담겼다. 일본 정부는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2040년대까지 원전 2∼5기를 재건축하고, 2050년대까지 9기를 추가해 총 11∼14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얇고 가벼우며 휘어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보급도 확대한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