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시장점유율 43%→16%…유암코에 무슨 일이?

입력 2026-08-25 18:24
수정 2026-08-25 20:08
국내 1위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존재감을 잃고 있다. 부동의 1위이던 NPL 시장 점유율이 올해 들어 4위로 추락한 데다 기업구조조정(CR) 신규 투자도 개점휴업 상태다.

◇‘민간 배드뱅크’ 빛바랜 명성25일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는 올해 상반기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으로 5781억원어치 NPL을 인수했다. 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1조6494억원)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점유율은 16.4%로 업계 4위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은 43.2%로 1위였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1149억원의 NPL을 소화하며 점유율이 5.8%(5위)로 급락했다.

유암코는 최근 몇 년간 NPL 시장에서 점유율 40~50%를 지킨 업계 1위 회사다. 이 회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 NPL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산업은행이 유암코 지분을 14%씩 나눠 갖고 있고 수출입은행이 나머지 2%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당시에는 5년 한시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2015년 CR 업무를 추가하며 영구 조직화됐다.

유암코의 CR 부문도 신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 회사는 케이조선, STX엔진, 아스트 등 일시적 위기를 겪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돕고 가치를 높여 회수하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2월 김윤우 대표 취임 후 CR 부문에서 신규 투자 집행이 결정된 건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 1건뿐이다. 유암코가 주로 투자하는 ‘구조조정 단계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암코가 올해 투자한 동성제약, 코스모그룹 등은 지난해 말에 투자 계획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유암코 투자 기조가 확 바뀐 이유로 경영진 변화를 꼽는다. 법조인 출신인 김 대표는 과거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옹호한 이력이 있어 낙하산 논란을 야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 ‘자산을 매각하는 데 집중하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라’는 주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유암코 자산도 반년 새 7000억원 줄어유암코의 소극적인 투자와 상반되게 은행권 NPL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과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NPL 규모는 3월 말 17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8% 늘었다. 부실 위기에 놓인 기업도 많아졌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14개 법원의 올해 상반기 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7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다.

유암코 주주사인 은행권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NPL 1위인 유암코가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몇몇 시중은행은 전국은행연합회와 이사회 등을 통해 유암코에 항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가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자 나머지 NPL 투자사도 눈치를 보며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올 상반기 NPL 시장 평균 낙찰가율은 67.9%로 전년 동기(70.8%) 대비 2.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권이 NPL을 싼값에 처분했다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NPL 투자사가 유암코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유암코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은행이 NPL을 저가에 매각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R 투자가 중단돼 구조조정 기업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자금을 지원받아 정상화할 창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암코 총자산은 작년 말 8조119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조3884억원으로 7000억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암코가 NPL·CR 투자에 나서지 않는 건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서형교/김진성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