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공략 성과…LG생건·아모레 다시 '뷰티 대장주' 노린다

입력 2026-08-25 17:48
수정 2026-08-2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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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LG생활건강을 제친 에이피알은 두 달 뒤 아모레퍼시픽까지 넘어 화장품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당시 에이피알 시총은 7조9322억원, 아모레퍼시픽은 7조5339억원으로 두 회사의 몸값 차이는 약 4000억원에 불과했다. 25일 기준 에이피알의 시총은 16조4916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8조382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LG생활건강(4조7322억원)과 비교하면 3.5배에 달한다.

‘왕년의 대장주’가 반격에 나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과 같은 31만6000원, 아모레퍼시픽은 2.43% 오른 14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LG생활건강은 37.69%, 아모레퍼시픽은 35.57% 상승했다. 이 기간 에이피알은 13.38% 올랐다.

두 회사의 반격 무대는 북미다. 중국 시장과 면세점에 의존해온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이후 중국 소비 둔화,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겹치며 고전했다. 그 사이 K뷰티의 최대 수출시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은 한국 화장품 수출의 20.7%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14.4%로 낮아졌다. 달라진 시장에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북미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 LG생건, 북미 매출 중국 첫 추월2021년 7월 178만원을 찍은 뒤 장기 하강 곡선을 그린 LG생활건강은 최근 북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3% 증가했다. 북미 지역 매출이 중국 매출(176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4일 미국 자회사 LG H&H USA가 보유한 더에이본컴퍼니 지분 100%를 약 84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2019년 1억2500만달러(약 1450억원)를 들여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에이본은 지난해 매출 2692억원을 기록했지만 301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증권가는 인수가의 5% 수준인 매각가보다 에이본 없이도 북미 사업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년 전 에이본은 자체 유통망이 부족한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교두보였다. 지금은 닥터그루트와 CNP, 빌리프 등 자체 브랜드가 코스트코 세포라 얼타 아마존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성장하고 있다. 2분기 북미 매출에서 자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로 높아졌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LG생활건강이 에이본을 더 이상 북미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에이본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자체 브랜드가 북미 사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 서구권 매출 아시아 첫 추월아모레퍼시픽도 북미와 유럽에서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 2분기 북미 매출은 21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5% 늘었다. 중화권 매출은 같은 기간 6% 감소한 1245억원이었다. 북미 매출이 중화권의 약 1.7배로 커졌다. 해외 매출에서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51%를 기록하며 아시아를 넘어섰다.

증권가는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에 주목한다. 중국 호황기에는 설화수 등 일부 핵심 브랜드와 면세·중국 판매가 실적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코스알엑스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스트라 등이 성장을 함께 이끌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K뷰티의 글로벌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로레알과 같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며 “아모레퍼시픽은 그 해답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멀티브랜드 기업이 30배 안팎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는 만큼 아모레퍼시픽도 장기적으로 이 수준에 수렴할 수 있다”고 봤다. 아모레퍼시픽의 12개월 선행 PER은 20.1배 수준이다.

에이피알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에이피알의 2분기 북미 매출은 3763억원으로 LG생활건강보다 82.8%, 아모레퍼시픽보다 78.8% 많다.

두 회사의 주가 재평가가 이어지려면 서구권에서 커진 외형을 이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미국 관세 환급으로 150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얻었지만 3분기에는 이 효과가 사라진다. 중동발 원부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약 200억원의 추가 비용도 예상된다. 자체 브랜드의 성장이 이 같은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광고판촉비가 변수로 꼽힌다. 2분기 광고판촉비는 전년 동기보다 37% 늘어나며 판매관리비 증가를 이끌었다. 김지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판촉비 증가율이 둔화하지 않으면 영업이익률 10%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반대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오고 서구권 시장에서의 성장이 유지된다면 이익 레버리지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송희 기자 hg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