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홍원식 전 회장에게 443억 원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오는 27일 나온다. 남양유업이 경영권 교체 후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도 많은 돈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전직 오너에게 물어주는 건 부당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유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재판장 이규훈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오후 1시50분께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임원 퇴직금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내린다. 2024년 5월 소송이 제기된 후 약 2년 만이다.
홍 전 회장이 요구한 액수는 443억5775만 원이다. 소 제기 당시 남양유업 자기자본의 6.54% 수준이었다. 산정 기준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과거 남양유업의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보면, 퇴직일 기준 월보수액에 재임 연수와 지급률을 곱해 계산한다. 사장 등 일반 임원에게는 재직 1년당 월보수액 2개월 치를 적용했으나 회장에겐 7개월 치를 적용하도록 돼 있었다. 산정 기준이 되는 월보수액을 연봉의 1/19 수준에서 1/12로 바꾼 적도 있는 등 회장의 퇴직금 규모는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 측은 소송가액이 이 회사가 올해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추진한 주주환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남양유업은 지난 3월 31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의 주주환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약 8억 원 수준이던 결산배당을 20억 원으로 확 늘렸고, 홍 전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 혐의 재판 과정에서 피해 변제 목적으로 공탁한 약 82억 원을 특별배당으로 썼다. 여기에 200억 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취득한 보통주 32만6553주와 우선주 10만8851주는 소각했다.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 측 주장이 인정될 경우 주주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이 전체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한 것보다 많은 돈을 전직 오너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주 대상 자본 배분은 남양유업이 경영 정상화와 브랜드 신뢰 회복 과정에서 주요하게 펴고 있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올해 6월 기준 남양유업의 소액주주 수는 6342명이다.
소송의 쟁점은 홍 전 회장 재임 기간 불거졌던 ‘셀프 보수’ 논란과 얽혀 있다. 그는 2023~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인을 포함한 임원의 이사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결의에 직접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 내용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법 규정(368조 3항)에 배치돼 문제가 됐다.
당시 남양유업 감사였던 심혜섭 변호사가 해당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결의는 무효가 됐다. 취소된 결의에 기초한 퇴직금 청구권이 인정되는지가 이번 소송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문제다. 홍 전 회장 측은 주총 결의가 취소됐더라도 정당한 직무 수행에 대가는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측은 결의 취소와 함께 홍 전 회장의 퇴직금 청구권도 소멸했다고 맞서고 있다. 심 변호사는 “주총 결의 취소로 지배주주의 보수 한도 통제가 이뤄졌음에도 퇴직금 지금 규정에 근거해 거액의 퇴직금이 인정된다면 향후 있을 보수·퇴직금 관련 이해 상충 상황에서 일반 주주의 권리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회장의 장남이다. 남양유업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과장 광고 사태의 책임을 지고 2021년 5월 물러났다. 이후 남양유업 경영권을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소송을 벌였다. 지난 1월에는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거래처에서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횡령·배임, 배임수재 등)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