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포르쉐 다 빠졌다"…잘 나가던 모터쇼에 무슨 일이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8-25 13:48
수정 2026-08-25 13:57


중국 자동차 시장의 내권(과도한 내부 경쟁)이 대형 모터쇼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상당수 완성차 업체가 대규모 전시와 신차 공개를 줄이거나 아예 모터쇼 참가를 포기하고 있다.

반면 비야디(BYD)와 화웨이 협력 브랜드 등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중국 업체들은 오히려 전시 공간과 판매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모터쇼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신차 발표보다 한 대라도 더 팔자" 25일 현지 업계와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중국 쓰촨성 중국서부국제박람성에서 열리는 청두국제모터쇼는 전시 면적만 22만㎡, 약 120개 브랜드, 1600대의 전시차를 내세운 중국의 대표적인 A급 모터쇼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일단 20개가 넘는 주요 브랜드가 불참했다. 롤스로이스·벤틀리·포르쉐·람보르기니·마세라티·애스턴마틴 등 초고가 브랜드가 대거 빠지면서 초호화차 전용관은 2년 연속 사라졌다.

합작 브랜드 이탈도 두드러졌다. 매년 참가했던 둥펑닛산이 처음으로 불참했고 둥펑혼다·쉐보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참가 업체들도 비용을 줄였다. 니오는 과거 2층 규모로 운영하던 전시 공간을 단층으로 축소했다. 행사장 외벽 광고 역시 급감했다. 주요 옥외 광고판 가운데 판매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통상 개막과 함께 열리는 미디어데이엔 그룹 최고경영진이 등장해 전략을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지역 판매조직과 딜러가 전면에 나섰다. 여러 업체 관계자들은 현지 매체에 "이번 모터쇼의 핵심은 자동차를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각각 1499만3000대와 1501만7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4%, 4.1% 감소했다. 7월 승용차 소매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20.9% 줄었고 내연기관차 판매는 40.5% 급감했다.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 인하 경쟁이 이어지자 업체들이 광고·전시비까지 줄이며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간 판매목표 달성률이 상반기 기준 40%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적지 않다는 점도 비용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라이브 판매 북적…달라진 모터쇼 물론 모든 업체가 물러선 건 아니다. 중국 토종 브랜드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높거나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은 오히려 모터쇼를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BYD는 3년 연속 9호관 전체를 사용하고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전시했다. 체리차는 5개 브랜드, 38개 차종을 선보였다. 화웨이의 훙멍즈싱은 원제·즈제·샹제·쭌제·상제 등을 한 전시장에 모았다. 여기에 화웨이의 자율주행과 스마트콕핏 기술을 사용하는 둥펑·광저우차 계열 브랜드까지 합치면 화웨이는 사실상 전시장 곳곳을 연결하는 슈퍼 공급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업체별 온도 차는 시장점유율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 7월 중국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65.1%, 중국 토종 브랜드의 승용차 소매시장 점유율은 71%까지 높아졌다. 외국계 합작사와 일부 신생 업체가 비용을 줄이는 사이 선두 토종 업체들은 모터쇼를 브랜드 홍보보다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판매 전쟁터로 바꾸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청두모터쇼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차와 중장기 전략을 공개하는 브랜드 쇼케이스 성격이 강했지만 올해는 대형 4S(판매, 부품, 정비, 정보) 매장에 가까워졌다.



개막과 동시에 각 부스에서 온라인 라이브 판매가 시작됐고 판매 직원들은 관람객에게 전단과 명함을 건넸다.

상당수 업체는 신차 발표를 모터쇼 이전으로 앞당겼다. 수많은 신차 발표가 한꺼번에 몰려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피하고 모터쇼에서 실제 계약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성수기인 진주인스(9~10월) 직전에 열리는 청두모터쇼를 하반기 판매량을 끌어올릴 마지막 대형 고객 확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선 중국 모터쇼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과 연구개발 투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업체들이 전국 단위 모터쇼 참여를 선별할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BYD·체리차 등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토종 업체와 화웨이처럼 다수 완성차에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는 전시 공간과 판매망을 더욱 확대할 여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엔 모든 업체가 함께 외형을 키울 수 있었지만 이젠 제한된 수요를 놓고 비용·기술·가격·판매망을 동시에 겨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