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술자리, 주말엔 골프 모임…가족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죠."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하루 대화 시간이 15분도 되지 않는 이른바 ‘가정 내 고립’ 상태의 중장년층이 혼자 사는 사람보다 정신건강이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는 일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동거 가족의 유무보다 가족 간 실제 교류가 건강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는 2023년 사이타마현 와코시에서 실시한 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40세 이상 약 8800명의 가정환경과 가족 간 교류,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동거 가족이 있으면서 평일과 주말·휴일 모두 가족과의 하루 대화 시간이 15분 미만이고, 집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을 ‘가정 내 고립’ 상태로 분류했다.
조사 대상자의 4.7%가 가정 내 고립에 해당했다. 40~64세는 3.2%, 65세 이상은 5.3%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이 증가했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건강 상태는 독거자보다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고립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낄 확률은 독거자가 1.10배였지만 가정 내 고립 상태에서는 1.33배로 높아졌다.
우울 상태일 가능성도 독거자는 1.19배였지만 가정 내 고립자는 1.48배에 달했다. 신체·정신 건강과 행복감을 종합한 웰빙 수준이 낮을 확률 역시 각각 1.21배와 1.56배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고립된 경우가 더 심각했다.
그동안 사회적 고립이 치매나 심혈관 질환,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대부분 혼자 사는지, 가족 밖 인간관계가 얼마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번 연구는 같은 집에 가족이 있더라도 대화와 교류가 부족하면 심각한 고립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연구를 이끈 무라야마 히로시 연구부장은 “동거 가족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행정·복지 분야에서도 가족이 함께 사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실제로 어떤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