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 버린다"…3040 공무원들 줄사표 던지자 '파격' [도쿄나우]

입력 2026-08-25 11:19
수정 2026-08-25 12:04


한국과 일본 공직사회가 젊은·중견 공무원의 이탈로 동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평생직장’의 대명사였던 공무원이 낮은 보상과 경직된 조직문화, 잦은 전근 등으로 민간기업과의 인재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30~40대 관료의 퇴직을 막기 위해 전근자에게 최대 연간 84만엔을 지급하는 ‘전근 대개혁’에 나섰고, 한국도 저연차 공무원의 처우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인사원은 올해 인사원 권고에서 국가공무원의 ‘전근 개혁’을 핵심 대책으로 내놨다. 지금까지 단신부임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던 전근 수당을 가족 동반자와 독신자에게까지 확대한다.

도쿄에서 오사카로 전근하면 연간 약 22만엔, 후쿠오카로 이동하면 약 35만엔을 지급한다. 가족을 두고 혼자 근무지를 옮기는 단신부임자는 각각 약 49만엔과 84만엔을 받는다. 이중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월 3만엔의 수당도 별도로 지급한다.

일본 정부가 돈까지 얹어주며 전근 제도를 뜯어고치는 이유는 30~40대 중견 관료의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인사국 조사에서 30대 국가공무원의 43.9%가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답했다. 40대도 39.6%에 달했다. 수년 안에 퇴직할 생각이 있다는 비관리직 공무원에게 이유를 묻자 30대의 49.4%, 40대의 42.9%가 ‘원하지 않는 전근’을 꼽았다.

특히 40~44세에서는 “가능하면 전근을 가고 싶지 않다”거나 “절대 가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약 60%에 달했다. 결혼과 육아, 부모 간병 등이 집중되는 시기에 전국을 옮겨 다녀야 하는 기존 인사 관행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저연차 공직 이탈 지속’을 공식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청년층의 공직 지원도 저조한 만큼 저연차 공무원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우선 보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6년 전체 공무원 보수를 3.5% 인상하면서 7~9급 초임은 추가로 3.1%를 더 올렸다. 이에 따라 9급 1호봉의 봉급과 수당을 합친 연간 보수는 약 3428만원, 월평균 286만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조치의 배경으로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이 2024년 83.9%까지 떨어진 점과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을 직접 거론했다.

한국 정부가 경찰·소방·민원 등 현장 공무원의 수당과 승진 기회를 확대하고 장기재직휴가 등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인사혁신처 스스로 저연차 공무원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단순한 임금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공직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고용 안정성과 연금, 사회적 지위가 낮은 임금을 감수할 이유가 됐지만 민간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아지고 이직이 보편화하면서 ‘평생 공무원’이라는 선택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이 저연차 공무원의 보수와 수당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일본은 중견층의 이탈 원인으로 지목된 전근과 인사 관행 자체를 손보기 시작했다.

일본 중앙부처인 가스미가세키에서는 약 2년마다 부서를 옮기는 인사가 일반적이다.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정·재계와의 유착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결혼·육아·간병과 일을 병행하려는 중견 관료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전근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데서 더 나아가 중견 직원과의 면담을 확대하고 인사 방식 자체도 바꿀 계획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상황이 완전히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캐리어 관료’로 불리는 국가공무원 종합직 지원자는 2026년도 봄 채용에서 4년 만에 증가했다. 신입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어렵게 확보한 인재가 30~40대가 됐을 때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신규 채용 경쟁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이미 공직에 들어온 젊은 인재가 “계속 여기서 일할 이유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수뿐 아니라 승진, 전보,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까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이 ‘한번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니는 직장’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서 한일 정부의 인재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 공직사회도 민간기업처럼 인재를 채용하는 것만큼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평가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