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 군공항 일부 부지에 2027년부터 반도체 팹을 착공해 2029년 1차 완공하겠다는 계획에 ‘토양정화’ 변수가 불거졌다. 과거 국방부가 맡긴 군부지 토양정화사업은 평균 3년 넘게 걸렸는데 광주 군공항 역시 향후 부지 전역을 대상으로 토양오염 조사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군 시설 이전을 위한 한미 포괄협정도 2024년 가서명 이후 양국의 문구 수정이 이어지며 아직 최종 체결되지 않았다. 국방부 軍부지 정화 평균 3.3년25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공단이 수행한 국방부 위탁 토양정화사업 19건의 평균 사업기간은 약 3.3년이었다. 12건은 3년 이상 걸렸고 이 가운데 7건은 4년을 넘겼다. 부영공원 정화사업에는 약 6년이 걸렸고 캠프 마켓 B구역은 5년9개월, A구역은 5년4개월이 소요됐다. 캠프 워커도 약 3년3개월이 걸렸다.
광주 군공항이 실제 토양정화 대상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윤 의원실 질의에 “향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군 공항 이전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토양환경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화 대상이 될 경우 정부가 잡은 반도체 산단 일정은 촉박해진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전체 이전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확보할 수 있는 부지부터 활용해 내년 팹 1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 기능을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분산하고 2029년 팹 1차 완공까지 마친다는 구상이다.
광주 군공항에서 앞서 확인된 토양오염도 5년째 정화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1년 부대 내 특정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 정기검사에서 오염 1건이 확인됐고 현재까지 정화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건은 올해 12월 정화를 마칠 예정”이라며 “향후 군공항 전체 부지의 정화 필요 여부와 범위는 별도 토양환경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공항은 항공유 저장탱크와 급유시설, 지하 오·폐수 시설 등을 장기간 사용해 토양오염 가능성이 큰 시설로 꼽힌다. 유류가 장기간 반복해서 누출되면 BTEX 등 석유계 물질이 토양에 스며들 수 있고, 병영 내 정화조와 오·폐수·분뇨 저장시설에서도 장기간 사용 과정에서 누출이 발생할 수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주유 과정에서 노즐이나 주입구를 통해 떨어지는 소량의 유류도 10년, 20년 누적되면 지표면에 스며들어 2차, 3차 토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광주 군공항도 수십 년간 운영된 만큼 항공유 저장탱크와 급유시설 주변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영 내 정화조와 오·폐수, 분뇨 저장시설 역시 장기간 사용 과정에서 누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미 협정, 가서명까지 했지만 2년째 표류미군 시설 이전을 위한 한미 협의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광주 군공항에는 미군 전용시설과 한미 공동사용시설이 있어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지를 회수할 수 없다. 미군 시설을 옮기려면 한미 간 이전 원칙과 절차를 담은 포괄협정을 확정한 뒤 대체시설 마련과 실제 시설 이전, 기존 부지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방부가 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는 2020년 10월 군공항이전특별분과위를 구성하고 2021년 2월부터 포괄협정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2024년 10월에는 최종 실무합의안을 도출해 가서명까지 마쳤다. 양국 실무진 차원에서는 협정 문안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정식 체결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 측은 2025년 3월 법제처 검토를 거쳐 가서명본 문구를 수정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미 국무부도 문구를 다시 손봤다. 실무진이 한 차례 합의한 협정안이 양국 정부의 후속 검토 과정에서 다시 수정된 것이다.
협정 체결이 늦어질수록 광주 군공항 부지 확보 일정도 빡빡해진다. 한미는 당초 무안에 대체시설을 건설한 뒤 2033년까지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을 옮기는 일정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정부가 반도체 산단 조성을 위해 부지 활용 시점을 수년 앞당기면서 포괄협정 체결뿐 아니라 대체시설 마련, 미군 시설 이전과 기존 부지 반환까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당겨야 한다.
윤 의원은 “정부의 호남 반도체 속도전이 정말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장밋빛 계획만 앞세워 성급하게 추진한다면 국가경제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 산업이 ‘정치적 제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김다빈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