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을 밟자 2.7t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가 미끄러지듯 아스팔트 위를 박차고 나갔다. 전기차 특유의 목이 꺾이는 듯한 이질적인 튕김 대신 고배기량 8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처럼 묵직하면서도 매끄러운 힘이 뿜어져 나왔다.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볼보 EX90’를 탄 소감이다.
실물로 마주한 EX90은 전장 5040㎜, 전폭 1965㎜의 압도적인 덩치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헤드램프는 차세대 픽셀 라이트로 화려한 인상을 자랑했다. 운전석 문을 열자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웨디시 인테리어가 맞이했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14.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UI)를 갖춰 주행 중 공조와 미디어 조작이 간편했다. 소재의 품격도 돋보였다. 썬라이크 백라이트 우드 데코와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 25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앤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이 고급감을 극대화했다.
이 차는 최상위 트림인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로 최고 출력 680마력(500㎾), 최대 토크 81.1㎏·m의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2초 만에 주파한다. 진가는 승차감에서 드러났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잔진동을 촘촘하게 걸러내며 고속 주행에서도 일등석에 앉은 듯한 안락함을 선사했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사륜구동(AWD) 시스템이 네 바퀴의 구동력을 즉각 제어해 차체가 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민첩하게 돌아 나갔다.
106㎾h 용량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 448㎞를 확보했다.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손잡이에 접촉해 문을 여는 카드 형태의 스마트키는 인식 반응 속도가 다소 느려 답답함이 남았다.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1억620만원부터 1억2320만원까지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