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하락세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책 발표를 계기로 불거진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까지 겹치며 반도체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25일 오전 9시15분 기준 삼성전자는 4.09% 내린 24만7000원에, SK하이닉스는 5% 내린 15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스퀘어는 5.76% 내린 100만9000원에 삼성전자 우선주는 2.96% 내린 18만2600원, 삼성전기는 5.39% 내린 122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의 하향세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한 영향으로 읽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 상승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 0.8% 하락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9%, 샌디스크는 6.5% 급락했고 엔비디아도 2.9% 내렸다. AMD와 브로드컴도 각각 3.49%, 2.63% 하락했다. 샌디스크와 씨게이트도 6% 넘게 급락하는 등 반도체·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책 발표 이후 국내에서 시작된 반도체주 조정이 미국 증시로까지 번진 데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는 4년 만에 7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내면서 선제적으로 투자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했다.
전날 국내 정규장에선 지난 21일 장 마감 후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약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IR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시기 등을 뒤로 미루면서 투자자들이 해석해야 할 여지를 남긴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삼성이 IR을 이렇게 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제 한국 시장에만 머무는 기업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IR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최대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가격과 기업 이익 전망치에서 뚜렷한 약화 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최근 하락은 주주환원 기대감 소멸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단기 수급 변동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 조정에 대한 선반영 인식과 금리 급등세 진정, 유가 약세, 전일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