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전용 극장을 벗어나 도시 전체로 나온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대구오페라하우스라는 하나의 공연장을 넘어 대구 전역을 무대로 삼아 열린다. 축제 사상 처음으로 야외오페라 <카르멘>을 개막작으로 선보이고, 지역 주요 공연장을 돌며 한 달간 다섯 편의 오페라를 선보인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5일 오전 11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2층 카메라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는 10월 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함과 동시에 메인 프로덕션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작품을 소개했다.
올해 슬로건은 '브라보 대구, 비바 오페라'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오페라를 만날 수 있도록 축제의 무대를 도시 전체로 넓히는 '도시 확장형 오페라 축제'를 준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0월 2일 오후 7시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축제의 포문을 여는 <카르멘>이다.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 무대에서 열리는 콘서트 오페라를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오페라연출가 이회수가 작품을 연출하고 지휘자 양진모가 디오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카르멘 역에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와 최승현, 돈 호세 역에 테너 정호윤과 박신해가 출연한다. 에스카미요 역에 바리톤 공병우와 오승용, 미카엘라 역에 소프라노 이명주와 이윤경 등이 출연한다. 대구오페라축제 사무국은 축제 개막일에 붉은색 드레스 코드를 맞춰 오는 관객을 대상으로 선물도 준비했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지휘자 양진모는 "대구에 올때마다 국내 유일 제작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라며 "개막작 카르멘은 실내에서 공연하기 너무 뜨거운 오페라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멜로디와 직관적 스토리로 공감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에서는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아슬리코(AsLiCo)의 '오페라 도마니(내일의 오페라)'가 공동으로 선보이는 <투란도트 박물관의 수수께끼>는 어린이와 가족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재해석한다. 미래 오페라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체험형 프로젝트다. 송안훈이 지휘봉을 들고 안드레아 베르나르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도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 홍석원이 지휘하고 2026 카스카이스 오페라 국제 성악 콩쿠르 여자 부문 1위 소프라노 박누리와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의 테너 서영택 등이 출연한다.
벨칸토 오페라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을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민간 제작단체 예술은감자다(예술감독·각색·번안 정선영)가 만든 <양촌리 러브 스캔들>이다. 오페라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원작의 배경과 인물, 언어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국제오페라축제 성격에 맞춰 영문 자막을 함께 선보인다. 공연은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아양아트센터 아양홀 무대에 오른다.
폐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직접 제작한 창작오페라 <미인>이다.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진영민이 작곡하고 조광회가 대본을 썼다. 지난해 축제에서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먼저 선보인 뒤 수정·보완을 거쳐 올해 2막짜리 오페라로 세계 초연한다. 지휘자 이동신이 음악을 이끌고, 유철우가 연출한다. 소프라노 이혜진, 바리톤 권성준 등이 출연한다.
작곡가 진영민은 "처음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작품 선정 공모를 했다. 간송에 대한 이야기가 선정됐고, 더 좁혀져 미인도에 대한 오페라를 만들었다."라며 "이 작품 이후 앞으로도 창작 오페라가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는 관객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아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축제가 관객의 직접 생활권으로 들어간다. 리모델링 중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대신해 코오롱 야외음악당을 비롯해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학생문화센터, 수성아트피아, 어울아트센터, 아양아트센터 등 대구 지역 공연장이 힘을 보탰다.
축제의 중심을 공연에서 오페라 유통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대구 글로벌 오페라 마켓'을 통해 국내외 오페라 전문가와 제작자, 행정가가 참여하는 국제오페라포럼과 레퍼토리 피칭, 쇼케이스, 부스 전시, 1대1 비즈니스 미팅 등을 진행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 오페라 분야에 선정됐으며 올해 관련 사업비를 확대해 국내 작품의 유통과 신진 성악가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축제 기간에는 프린지 콘서트도 대구 도심과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금호강 한마음 축제, 수성못 페스티벌, 떡볶이 페스티벌 등 지역 행사와도 연계해 오페라를 공연장 밖으로 끌어낼 예정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20여 년간 쌓아온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오페라의 도시’라는 대구의 브랜드를 시민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가 올해 축제의 관전 포인트다.
이경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술감독은 "지난 5월부터 리모델링중인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대구 시내 여러 공연장의 협조를 얻었다"라며, "올해 축제는 관객이 오페라하우스를 찾아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페라가 시민들의 일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