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래오래 함께 가려면

입력 2026-08-24 18:25
수정 2026-08-25 00:51
동네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 위 QR코드를 찍고 메뉴를 고르고 주문과 결제까지 마친다. 손님에게는 그저 조금 편리해진 주문 방식이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테이블마다 주문용 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주문을 받으러 오가는 수고도 덜 수 있다. 결제를 받기 위해 카운터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된다.

소상공인에게 기술은 꼭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기술보다 장사의 불편을 덜어주는 기술이 당장 필요할 수 있다. 손이 한 번 덜 가고, 시간을 조금 아끼고, 새로운 손님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는 것.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게에서는 그 차이가 쌓인다. 그렇게 아낀 시간과 수고는 다시 손님과 음식에 쓸 수 있다.

결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결제는 몇 초면 끝나는 일이지만, 사장님에게는 반복되는 장사의 한 과정이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고, 결제를 하고, 매출을 확인하고, 또 다른 손님을 맞는다. 그래서 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라면 화려한 디자인이나 새로워 보이는 기술만 좇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편리함과 더불어 사장님의 불편하고 반복적인 수고를 덜어드려야 한다.

내가 몸담은 회사가 소상공인과 함께할 방법을 고민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별도의 주문기기가 필요 없는 QR오더를 개발하고, 매출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철역 앞에서 쿠폰 전단지를 뿌리지 않아도 손님을 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오래오래 함께가게’를 통해 좋은 상품을 가진 작은 브랜드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지향점은, 소상공인의 부담은 덜고, 더 소중한 일에 사용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상생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과는 다르다. 작은 가게가 자리를 지켜야 그곳을 찾는 단골도 생기고, 그 안에서 결제와 금융 서비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한쪽의 성장이 다른 쪽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모두에게 이로운 금융은 이런 관계 속에서 싹틀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기술은 앞서가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얼마나 새롭고 화려한지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장사가 더 오래 이어지고, 하루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 작은 가게와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기술이 해야 할 일이다.

올여름 몇 편의 글을 쓰며 금융과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AI가 더 똑똑해지고, 돈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결제가 더 편리해지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올린 것은 사람의 일상이다. 기술과 함께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편리해지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 금융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