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 세(稅) 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 수정을 요구하면서 그동안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 지지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여당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일정 부분 상처를 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2%, 부정 평가는 56.9%로 집계됐다. 긍정·부정 평가 격차가 16.7%포인트로 직전 조사(11.1%포인트 차)보다 더 벌어졌다(18~21일, 전국 18세 이상 2026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 방식,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부동산 정책과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의 논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여당은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요 트리거가 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전날 당정 협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수정 보완을 강하게 요구했다. 여당 요구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거주·비거주 차등 폐지와 양도소득세 실거주 인정 사유 확대다. 특히 종부세 관련 요구는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비거주 1주택 과세 강화 필요성과 배치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한 기본 보유 부담을 설정한 후 실거주 용도나 서민·중산층 주택, 지역 요인에는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본공제를 실거주자는 14억원(1주택자)으로 2억원 상향하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는 종부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제시한 부동산 세제의 큰 방향을 정책으로 구현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이라며 “이런 안(案)에 여당이 공개적으로 수정을 요구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의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당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입장을 이미 내놓은 정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여당이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아직 관련 논의가 이뤄지거나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한재영/최형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