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세 손질…초중고 몫 없애고 대학·평생교육에 투입

입력 2026-08-24 17:43
수정 2026-08-25 00:12
정부가 초·중·고교에 배분하던 교육세 가운데 올해 기준 1조8000억원을 내년부터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입하기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초·중등교육에 집중된 재원을 고등·평생교육으로 재배분하겠다는 것이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과 영유아특별회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982년 도입한 교육세는 금융·보험회사 수익과 개별소비세, 유류세, 주세 등에 덧붙여 걷는 목적세다. 교육세 수입은 2022년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6조4000억원(본예산 기준)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금융·보험회사에서 걷는 교육세 2조원은 전액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에 들어간다. 나머지 4조4000억원은 영유아특별회계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각각 60%, 40% 배분한다. 올해 기준으로 영유아 교육·보육에 2조6000억원, 초·중·고교 교육교부금에 1조8000억원이 돌아간다. 이번 개편에 따라 교부금 재원이 고특회계로 투입되는 만큼 전체 교육세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8000억원이 고특회계, 2조6000억원이 영유아특별회계로 들어간다.

정부가 교육세 배분 구조를 바꾸는 것은 초등교육에 비해 대학의 재정 기반이 취약하다고 판단해서다. 2022년 한국의 초등교육 단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만25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3500달러)보다 66% 많았다. 고등교육 단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4700달러로 OECD 평균(2만1400달러)의 69%에 그쳤다.

이 같은 격차는 교육 단계별 재원 조달 방식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중·고교는 내국세에 연동해 증가하는 교육교부금이 뒷받침한다. 대학은 정부 예산과 등록금에 주로 의존한다.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까지 겹치며 대학의 재정 여건은 갈수록 악화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진 지방대학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실에 빗물이 새는 등 교육시설이 낡자 학생들이 “초·중·고교 교실보다 못한 대학 강의실”이라며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학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이끌 고급 인재를 양성하려면 연구시설과 실험장비를 확충하고 우수 교원 및 대학원생을 확보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직업을 바꾸려는 성인을 위한 재교육과 평생교육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교육세 배분 개편과 함께 최근 발표한 교육교부금 개편을 통해 고등교육 재원을 추가로 확충할 방침이다.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개편 과정에서 확보되는 재원 등을 미래대응기금의 ‘인재·교육계정’에 넣는 방안이다.

인재·교육계정은 지방대학 육성과 AI·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 등에 활용한다. 지방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역량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도 재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정부는 교육세와 교육교부금 개편을 바탕으로 초·중등교육에 쏠린 교육재정의 무게중심을 대학과 평생교육 쪽으로 옮긴다는 구상이다. 교육 단계별 투자 불균형을 바로잡고 첨단 인재 양성과 지역대학 육성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와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성인 재교육도 지원 대상이다.

김익환/고재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