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카운티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휴머노이드 허가제를 도입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식당과 창고에서 쓰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명부를 카운티가 작성하고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샌프란시스코와 붙어 있는 샌머테이오 카운티에는 덱스터리티, 스킬드AI 등 뛰어난 로보틱스 스타트업이 많다. 휴머노이드가 가장 먼저 개발된 지역에서 가장 먼저 규제가 등장한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AI 반대여론에 로봇 규제문제는 허가제의 취지다. 결의안을 제출한 레이 뮬러 감독위원은 “허가로 걷은 수익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고 면허를 사라는 뜻으로 읽힌다.
줄리 린드 샌머테이오 노동위원회 대표는 식당과 공장에서 로봇을 쓸 경우 “화재나 응급 상황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전기자전거와 노트북, 전기차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가는데 휴머노이드에만 별도 비용을 물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휴머노이드의 첫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지역 사업자로선 유례없는 규제 탓에 선뜻 도입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이런 움직임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이번 선거 최대 쟁점은 미국인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든 인공지능(AI)이다. 유권자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퓨리서치가 지난 6월 미국 성인 348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AI를 우려한다는 응답이 52%로 기대한다는 답변(9%)의 5배가 넘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 급등의 원인이 됐고, 일자리는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엔 역전 기회로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것은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우버와 리프트가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 택시업계는 “무면허 택시”라며 반발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두 회사를 택시로 묶는 대신 ‘교통네트워크회사(TNC)’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마련해 양지로 받아들였다. 반면 같은 기술을 두고 한국은 규제를 택했다.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결국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라는 기존 카테고리로 끌려들어갔고, 2020년 법 개정과 함께 서비스를 중단했다.
실리콘밸리가 정치적 기류에 흔들리는 상황은 우리에게 정반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4월 주주서한에서 “어떤 도시나 기업, 국가도 성공할 권리를 신의 섭리로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200년 넘게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군림한 미국 뉴욕시 역시 높은 법인세와 규제 앞에서 언제든 과거의 영광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혁신의 상징이던 실리콘밸리도 규제 문턱 앞에서 로보틱스산업의 일등석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 국가다. 실리콘밸리의 로봇 도입이 규제로 주춤하는 사이 한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