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은 3.5%를 넘을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내놓은 수정 전망치가 3.0%다. 지금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 정부보다 보수적인 한국은행조차 조만간 3.2% 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무디스 등 해외기관들은 이미 3.5%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도 4만달러를 찍을 것이다. 현재 138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유지만 되더라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올해 경상 국내총생산(GDP)이 2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게 당국의 예측이다. 이 정도면 역대급 호황 이상이다.
정부가 주목하는 수치는 따로 있다. 잠재성장률 3%다. 올해 호황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성장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방법론은 ‘기업가형 국가’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모델이다. 이론적 토대도 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경제학과 교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이름이다. “기업가형 국가는 단순히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존재가 아니라 혁신과 기술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주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실장도 “국가와 기업은 투자와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함께 만들어야 할 공동 운명체”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도 이와 맞닿아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추가 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인공지능(AI)과 3대 메가 프로젝트,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첨단바이오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황기에 번 돈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기업의 자본 배분 방식이다. 규모는 20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라고 했다.
정부의 운영 방식도 기업과 닮았다. 한 정부 고위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기업 오너 같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에서도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1 대 1로 만나 투자를 협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부총리는 “대한민국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보고 공직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핵심 사원”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국가가 정말 기업처럼 될 수 있느냐다. 기업가형 국가론에는 이상적인 전제가 숨어 있다. 시장보다 멀리 내다보고,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국가 목표를 향해 자본과 인재를 동원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저성장의 벽을 깨야 하는 한국에는 매력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기업과 국가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기업에는 이익이라는 목적 함수가 있다. 투자에 실패하면 손실을 보고, 경영자는 물러나거나 기업 자체가 퇴출된다. 정부는 국민의 돈으로 투자한다.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도, 정부를 해체할 수도 없다. 게다가 정부에는 고용, 복지, 지역균형, 환경과 같은 사회적 가치 목표가 존재한다. 정부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운 공장을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닫을 수 있을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통령의 야심찬 포부를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비유하며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팹 하나에도 전력과 용수, 환경과 인허가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국가가 금융과 토지, 자원 배분까지 통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게다가 대통령 5년 임기 내에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가 많다.
또 다른 질문은 국가가 어디까지 나설 수 있는가다. 정부 구상은 재정과 금융, 인재, 민간 투자를 한꺼번에 밀어붙여 저성장을 깨겠다는 ‘빅 푸시(big push)’ 전략의 21세기 버전이다. “정부가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생산플랫폼”이라는 게 청와대 인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미래 기술과 산업 방향까지 사실상 선택한다. 판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투자 구루들은 가장 경계해야 할 믿음으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문구를 꼽는다. 과거와 다른 기술, 다른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이번만큼은 예외라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기업가형 국가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빅 푸시가 빅 베트(big bet)로 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