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을 그 기업의 임직원이 인수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금융과 세제 혜택을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친족 중심인 기업승계를 임직원과 제3자까지 넓혀 고령 중소기업의 폐업과 지역 일자리 감소를 막자는 취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임직원 기업인수 촉진을 위한 입법방향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전 의원은 “기업승계의 법적 근거는 여전히 상속과 증여를 통한 친족 승계에 머물러 있다”며 “임직원 인수를 뒷받침할 금융 지원과 법적 기반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논의를 토대로 다음달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60세 이상 비중이 33.3%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후계자가 없거나 정하지 못했다”는 기업이 47.6%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제조업에서 후계자 부족으로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기업 약 5만6000개 중 83%가 비수도권에 있다”며 “기업 폐업이 지역경제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기업승계 방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기부는 최근 국회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친족 승계에 치우친 기업승계 구조를 인수합병과 임직원 인수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임직원이 기업인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정책금융을 통해 회사 지배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인수 이후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고, 상환이 끝나면 배당이익을 임직원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영국은 2014년 종업원소유신탁(EOT)을 도입해 직원 대신 신탁이 회사 지분을 인수하도록 했다. 회사가 이후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기존 사주에게 신탁이 매각대금을 나눠 갚는 구조다. 종업원소유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생산성이 8~12% 높았다. 최근 5년간 고용을 늘렸다는 응답도 64%로 일반 기업(4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은/이광식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