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출판업계는 온라인과 영상 매체 확산 등으로 업황이 수십 년간 뒷걸음질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린피아는 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인쇄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있다. ◇‘텍스트힙’ 열풍 겨냥한 신규 투자서동일 대표는 24일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에서 한 인터뷰에서 “개인이 직접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는 독립출판 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포착해 ‘소량 다품종’ 인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고객을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모디슈머(Modisumer)’라고 부른다”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수정하며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디슈어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의미하는 영어를 합성한 단어다. 서 대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책을 펴내는 ‘모두가 작가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이렇게 다양한 소품종 서적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쇄업체가 없었다. 주문 수량이 적고 디자인이 자주 바뀌면 판을 매번 새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 프린피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파주 본사 인근에 디지털센터를 구축했다.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 ‘프린피아몰’에서 책의 디자인과 수량, 사양 등을 선택해 주문하면 이곳의 생산라인이 곧바로 책을 만들어낸다. 인쇄용 판을 제작할 필요가 없어 시간과 비용이 대폭 단축된다. 책뿐 아니라 명함과 전단, 스티커 등 다양한 인쇄물을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제품 생산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디자인과 규격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달라진 인쇄공장…직원 절반이 2030프린피아는 공장 자동화를 위해 무인운반차(AGV), 다관절 협동 로봇 등 혁신 기술을 생산 공정에 두루 적용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디지털센터 인쇄 공정실에서는 작업자를 볼 수 없었다. 인쇄가 끝난 책은 무인운반차를 통해 창고로 옮겨졌다. 프린피아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구축 후 시간당 생산량은 3.6배 증가했다.
서 대표는 “공정이 자동화되고 업무 환경이 쾌적해지자 회사 내 젊은 직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디지털센터 직원 중 2030세대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혁신 기술을 도입하자 회사 실적도 반등했다. 프린피아 매출은 디지털센터 구축 이전인 2022년 518억원에서 2025년 994억원으로 3년 동안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억원 적자에서 54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프린피아는 디지털센터를 구축하지 않았다면 영업적자 규모가 매년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프린피아는 앞으로도 ‘인쇄업’ 한우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인쇄업계에는 ‘공기와 물만 빼고 다 인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책만 찍는 회사가 아니라 찍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기판과 전자부품 제조에도 회로와 소재를 정밀하게 찍어내는 인쇄 기술이 활용된다”며 “앨범과 비닐 프린팅 등으로 맞춤형 제작 품목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반도체 기판을 비롯한 산업용 인쇄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주=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