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기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수출할 때 필요한 '나토 표준'을 보다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을 계기로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K방산이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 등으로 수출 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24일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기관 등이 나토 표준을 요청하고 제공받을 수 있는 절차와 보안관리 기준을 담은 '나토 표준 제공 및 관리 지침'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나토 표준은 회원국들이 함께 사용하는 무기와 탄약 등에 적용하는 공통 규격이다. 무기의 성능 기준부터 시험 절차까지 담겨 있어 나토 회원국의 무기 도입 사업에 참여하거나 현지 업체와 공동 개발을 하려는 기업이라면 미리 확인해야 할 일종의 '제품 규격서'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나토 표준을 확보할 공식 절차는 명확하지 않았다. 정부 간 채널을 이용하거나 수출 기업이 현지 업체·정부기관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확보해야 했다. 최근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국산 무기 도입과 공동 연구개발이 늘면서 관련 표준을 체계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번 지침 제정으로 방사청이 기업 대신 나토 표준을 확보해 제공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생겼다. 비공개 표준은 방사청이 나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확보해 기업 등에 제공한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표준은 나토의 승인을 받은 뒤 제공한다. 자료를 제공받은 기관이 지켜야 할 보안·반납·파기 절차도 마련했다.
한국과 나토 간 보안 협력이 강화된 것이 이번 제도 마련의 배경이다. 한국과 나토는 지난 2월 특별보안행정약정을 체결해 기밀 자료를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5월 열린 제2차 한·나토 방산협의체에서도 나토 표준 공유 문제가 논의됐다.
방사청은 이번 조치가 K방산의 수출 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럽 국가에 수출한 무기가 신궁,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나토 표준을 확보해 수출 무기체계를 다양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완제품 중심이던 수출 구조를 부품과 후속 군수지원 분야로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서 현지 생산이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이 나토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춘 부품을 공급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다른 방사청 관계자는 "후속 군수지원이나 부품 현지화를 추진할 때 나토가 원하는 표준을 명확히 알고 접근하면 부품 수출 확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국가로 시장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남미 등 일부 국가도 무기 도입 과정에서 나토 산업표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지침 제정을 통해 국내 기업 등에 필요한 나토 표준을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리 기업의 나토 회원국 대상 방산 수출과 국제 공동 연구개발사업 참여 등 나토 방산시장 진출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