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 협의 후 대면으로 임명 제청하던 관례를 따르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압박이 당청일치 기조를 부각하는 동시에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은 꼼수를 두고 (법원)행정처장은 옹호하고, 사법부는 침묵하는 현 상황이 비겁하다"며 "사법부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의 협의 없는 일방적 방안을 정부가 반려하게 해서 대법관 추천위원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조희대 원장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허망한 계략"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는 국회 송부나 법원 반려 결정을 보류하고, 국회는 법원조직법 41조 2의(조항에 따라)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추천인을 구성하게 되어 있는 법적 맹점을 개정해서 꼼수를 막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원내에서 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사법부에 대한 실망과 비난이 폭발하지 않게 하는 것은 오로지 법관들의 몫"이라며 "자율 개혁에 눈감았던 검찰을 반면교사로 하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은 어차피 흘러갈 물"이라며 "국민은 전체 법관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임 서면 임명 제청을 고리로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거취 압박에 돌입한 배경엔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의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41.9%로, 직전 조사 대비 6.0%포인트(p) 주저앉았다. 특히 전통 지지 기반인 전남·광주·전북에서도 일주일 만에 21.2%p 빠졌다.
이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지지층 이반 조짐이 나타나자,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실제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기간 31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정도로 탄핵 카드를 적극 활용해왔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탄핵소추안만 13건에 달한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속도전을 벌이다 논란을 자초한 사례도 있었다. 2023년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작성하면서 검사 탄핵안에 적용되는 검찰청법 조항을 그대로 넣었다가 이른바 '복붙 논란'이 불거졌고, 민주당은 해당 탄핵안을 철회한 뒤 다시 제출했다.
그만큼 탄핵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절차에 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조 대법원장을 두고는 사퇴와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군불만 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론의 역풍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둘러싼 국민적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 탄핵까지 추진할 경우 권력기관 전반을 겨냥한 과도한 개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장 탄핵은 사법부 독립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당분간은 탄핵 카드를 열어두되 실제 절차에 착수하기보다는 사퇴 요구와 사법개혁 공세를 병행하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