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아마존처럼…임차형 데이터센터 벗어나 'AI 팩토리' 전환

입력 2026-08-24 16:16
쿠팡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직접 설계·운영하는 ‘AI 팩토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AI 인프라를 외부에 파는 클라우드 사업으로 키운 데 이어 전력·냉각·그래픽처리장치(GPU)까지 직접 통제하는 AI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류·콘텐츠 등에서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차용해온 쿠팡이 이번엔 아마존웹서비스(AWS)식 성장 경로까지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임차형 IDC서 자체 AI팩토리로24일 IT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인프라 조달을 담당할 전문·임원급 인력을 잇달아 채용하고 있다. 부지 선정부터 전력·냉각·네트워크 구축 등 AI 데이터센터(AIDC)를 설계하고 필요한 용량을 확보할 인재가 대상이다.

하이퍼스케일급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한 데이터홀(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모아놓는 공간)에서 50메가와트(MW) 이상의 IT 부하를 처리하고 랙당 100킬로와트(kW)가 넘는 고밀도 GPU 서버를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통상 복수의 데이터홀로 구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전력 규모는 수백MW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소연료전지 연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데이터센터 전략과는 다른 행보다. 쿠팡은 서울 양재와 마곡 등 외부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AI 인프라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면과 전력·냉각 설비를 빌리고 자체 서버와 GPU를 설치하는 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이 작지만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도 뚜렷하다. 최신 GPU일수록 소비전력과 발열량이 급증해 필요한 상면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이은 정부 GPU 사업 탈락도 자체 데이터센터 역량 확보를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쿠팡은 지난해 1조4600억원 규모 GPU 확보·구축·운영 사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해도 2조800억원 규모 사업에 재도전했지만 탈락했다. 쿠팡은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 유통업계로 번지는 ‘아마존 모델’쿠팡의 행보는 ‘아마존식 사업 확장’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이 물류망과 프라임비디오로 생태계를 넓혔듯 쿠팡도 직매입·로켓배송에 투자한 뒤 쿠팡플레이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번엔 그 공식이 컴퓨팅 인프라로 옮겨붙은 것이다. AWS도 전자상거래용 컴퓨팅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으로 성장했다.

쿠팡도 로켓배송이라는 막대한 ‘앵커 수요’가 있다. 수요 예측과 재고 배치, 배송 경로 최적화 등에 대규모 AI 연산이 필요해 내부에서 기본 가동률을 채울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재편해 외부 기업과 연구기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자체 AI 수요가 커 외부 고객을 확보할수록 GPU 투자 효율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슷한 움직임은 유통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미국 리플렉션AI와 손잡고 국내에 25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통사 본업의 데이터와 자체 수요를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새 성장산업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느냐가 유통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