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성매매집결지 해체 넘어 '도시 전환'으로

입력 2026-08-24 08:12

경기 파주시가 성매매집결지 해체 이후의 지역 재생 방안을 시민 숙의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단속과 철거 중심이던 집결지 해체 정책을 당사자 자립과 지역경제 회복, 공간 재편까지 아우르는 '도시 전환' 단계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파주시는 최근 성매매집결지의 생활·공간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공론장 준비회의'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집결지를 해체한다는 기존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되, 종사자의 자립과 생계 전환, 주민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회복, 해체 부지 활용 방안은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논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2023년부터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해체에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단속과 행정대집행을 벌이는 한편 자활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며 집결지 폐쇄를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다만 시는 물리적인 해체만으로 사업이 끝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집결지가 사라진 자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변 지역의 미래가 달라지는 데다 종사자의 생계와 자립, 주민 생활환경과 상권 회복 문제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개발 방향을 정하는 대신 시민 숙의를 거쳐 해법을 찾기로 했다. 도시계획과 법무, 역사 분야 전문가와 언론인 등이 참여해 공론장의 논의 구조를 먼저 설계한 뒤 주민과 이해관계자, 시민사회로 참여 범위를 넓혀간다.

공론장 총괄은 의정부 소각장 입지 갈등 등 지역 현안의 공론화를 맡았던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가 맡았다. 파주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집결지 전환 문제를 다루는 만큼 공론 과정의 중립성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시민의 뜻과 의지가 훼손되지 않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준비회의는 모두 7차례 열린다. 시는 이 과정에서 공론장의 목적과 핵심 의제, 운영 방식을 구체화하고, 별도의 연구 체계를 가동해 시민들이 판단에 활용할 기초자료도 마련한다.

본격적인 시민 숙의는 오는 10월 시작한다. 시는 운영위원회와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고 시민참여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참여단은 사전 학습을 거쳐 시민토론회에 참여하며, 단순한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주요 의제를 검토한 뒤 숙의를 통해 권고안을 도출한다.

공론장의 핵심 쟁점은 집결지 해체 이후다. 종사자의 자립과 생계 전환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주민 생활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침체한 주변 지역경제를 어떻게 되살릴지 등이 논의 대상이다. 집결지 공간의 용도 전환 방안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시민참여단이 마련한 권고안은 오는 12월 말 파주시장에게 제출된다. 파주시는 이를 토대로 2027년 2월 말까지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 체계를 만들어 권고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파주시는 이번 공론화를 집결지 폐쇄 정책의 '마무리'가 아니라 지역 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집결지를 없애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자리를 어떤 공간으로 바꾸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할지를 시민에게 확인할 예정이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이번 시민공론장은 성매매집결지 해체라는 원칙 아래 당사자의 삶의 전환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라며 "행정과 전문가의 시각을 넘어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직접 대화의 주체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정보 공유와 숙의를 바탕으로 시민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시민의 뜻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주=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