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최대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오쿠보공원이 나온다. 이 일대에는 이른바 ‘타친보(立ちんぼ)’로 불리는 여성들이 몇m 간격으로 서서 성매매 상대를 기다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이곳에서 성매매 목적으로 손님을 기다리다 적발된 여성은 75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접근해 성을 사려는 남성의 사정은 다르다. 현행 일본 매춘방지법상 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거나 성매매를 권유한 ‘파는 쪽’은 처벌할 수 있지만, ‘사는 쪽’이 성매매를 제안하는 행위에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같은 거래를 놓고 한쪽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70년 된 매춘방지법을 손질한다. 25일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 전문가 검토회는 전날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구매자의 권유 행위에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안을 제시했다. 법무성은 이를 토대로 이르면 올해 임시국회에 개정 법안을 제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1956년 제정된 일본 매춘방지법은 금전 등을 대가로 불특정 상대와 성교하는 행위를 매춘으로 규정한다. 성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금지하지만 형사처벌하지 않고 알선이나 관리, 장소 제공 등 주변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성을 파는 사람이 손님을 기다리거나 권유하면 6개월 이하 구금형 또는 2만엔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면 구매자가 거리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하거나 권유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법무성 검토회는 이를 “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자의 권유 행위뿐 아니라 구매자의 권유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2만엔에 불과한 현행 벌금도 “범죄 억제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며 상한 인상을 제안했다.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한 데는 가부키초를 중심으로 확산한 노상 성매매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악질 호스트클럽에서 빚을 진 젊은 여성들이 성매매로 내몰리는 사례가 잇따랐고, 국회에서도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여성만 검거되는 왜곡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성을 사는 행위 자체를 전면 형사처벌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론이 강하다. 검토회 보고서안에도 당사자 간 동의에 따른 행위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에 따라 우선 공공장소에서 구매자가 성매매를 목적으로 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구매자 처벌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 지원단체들은 현행법이 성매매 책임을 판매자에게만 전가한다며 판매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구매자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전문가와 성산업 종사자들은 구매자 처벌이 거래를 인터넷이나 폐쇄된 공간으로 밀어내 오히려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도 접근 방식은 엇갈린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구매자를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했다. 반면 뉴질랜드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처벌하지 않는 비범죄화를 택했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화해 행정적으로 관리한다.
일본의 법 개정은 단순히 ‘사는 사람도 처벌할 것인가’를 넘어 성매매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판매자 보호와 성산업 종사자의 안전을 어떻게 조화할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