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늑대와 함께 산 '늑대소년' 판토하…향년 80세로 별세

입력 2026-08-23 21:44

어린 시절 12년을 늑대 무리와 함께 살아 '늑대소년'으로 알려진 스페인 마르코스 로드리게스 판토하가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23일 뉴스1은 스페인 산시브라오다스비냐스 지방정부가 판토하가 지난주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판토하는 어린 시절 스페인 시에라모레나 산맥에서 12년을 늑대무리와 함께 살았고, 19세에 사람들에게 발견됐다. 2001년부터는 갈리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란테에 정착해 살았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는 1946년 스페인 남부 아뇨라에서 태어난 판토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와 살던 중 계모에게 학대받았다. 7살 때 아버지에 의해 한 노인 염소 목동에게 팔려 갔다고 전했다.

판토하는 마요르카대 교수 가브리엘 하네르 마닐라에게 당시를 회상하며 "그들이 나를 산으로 데려가 동굴에 두었다"고 말했다.

주변에는 늑대와 여우, 산양, 사슴, 전갈, 뱀 등이 있었고, 그는 처음에는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무서워했지만, 염소 목동은 그에게 염소젖을 짜고 토끼 사냥법을 가르쳤다. 이후 판토하는 산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익혔고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야생에 적응했다.

목동이 갑자기 사라진 뒤 판토하는 늑대 무리와 가까워졌다. 늑대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져다주고 위험을 감지하면 울부짖으며 신뢰를 얻었다. 판토하는 훗날 "늑대들이 나를 자기들의 동굴로 데려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간의 소리가 들리면 숨어버릴 정도로 문명사회를 멀리했지만, 1965년 19세 때 스페인 민병대 과르디아 시빌에 의해 산속에서 발견됐고, 이후 신부와 수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회에 적응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마요르카의 호텔과 식당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마닐라 교수를 만나면서 그의 특별한 삶이 학계에 알려졌다. 마닐라 교수는 판토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과 책을 펴냈고,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도 제작됐다.

판토하는 생의 후반기에도 자신의 경험을 알리며 자연 보호와 야생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