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의 정부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경제 위기 때 재정 지출 증가로 발생한 대규모 부채가 줄기도 전에 코로나19 대응과 고령화, 국방비 확대 등 새로운 지출 부담이 겹친 영향이다.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정부 국채 잔액은 2024년 55조달러(약 7경6340조원)에서 지난해 61조달러(약 8경4668조원)로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85%로 오를 전망이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3월 39조달러를 넘어선 뒤 약 5개월 만에 1조달러가 더 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주요 7개국(G7) 정부 부채가 GDP의 12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이 204.4%로 가장 높았으며 이탈리아 138.4%, 미국 125.8%, 프랑스 118.4%, 캐나다 110.7%, 영국 103.6%, 독일 64.6% 순이었다.
이들 국가의 부채가 증가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경제 위기 때 늘린 지출을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충분히 되돌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을 거치며 복지와 보조금이 확대됐고 감세로 세입 기반은 약해졌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비, 국방비, 첨단산업 지원이 더해졌다. 저금리 때 발행한 국채가 높은 금리로 차환돼 이자가 다시 부채를 밀어 올리는 ‘눈덩이 효과’도 커졌다. OECD는 올해 회원국 중앙정부의 국채 발행액이 사상 최대인 18조달러(약 2경49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도 어둡다. IMF는 글로벌 정부 부채비율이 지난해 94%에 근접한 데 이어 2029년 100%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선진국 부채비율도 2031년 114.8%로 뛸 전망이다. 로드리고 발데스 IMF 재정국장은 “미국은 부채 비율을 낮추려면 GDP 대비 약 4%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정 조정이 필요하다”며 “시간은 있지만 영원히 기다릴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