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무역협상 결렬…카니 "공격받았다, 이젠 전쟁"

입력 2026-08-23 18:00
수정 2026-08-24 00:44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200억달러(약 28조원)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공격받았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내놓으며 대규모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전통 우방인 양국 간 관세 전쟁이 기업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 부담을 키워 북미 경제를 냉각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통 우방의 무역 전쟁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일부 유제품, 맥주·와인을 비롯한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겼다. 미국은 캐나다 주력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 관세율을 2025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의 연간 미국 수입액은 200억달러로 추산된다. 전체 캐나다산 수입액의 약 5%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SNS에 “캐나다가 이번주 초 합의된 조건에 따라 무역협정을 최종 타결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캐나다는 강력 반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음달 8일부터 미국산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카니 총리는 ‘무역 전쟁에 들어간 것’이냐는 질문에 “공격받으면 전쟁하는 것인데, 우리는 공격받았다”고 답했다. ◇자동차 관세 견해차 커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자동차, 주류, 유제품 산업 등에서 무역 차별을 하고 있다며 캐나다산 수입품에 추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양국 협상단은 지난 몇 주간 비공개 협상을 벌였다. 지난주 후반까지 양국은 타결을 향해 갔다.

막판에 협상이 결렬된 원인으로는 미국 산업계 반발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내 대(對)캐나다 강경파의 입김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나다는 새로운 관세 부과를 피하고 이미 부과 중인 관세도 대폭 완화하도록 합의하기를 원했다. 그 대가로 미국산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 철폐를 포함해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미국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1차 알루미늄 관세는 기존 50%에서 25%로 낮출 수 있지만 알루미늄으로 제조한 가공 제품에는 50%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러트닉 장관이 알루미늄업계 입장을 지지했고 품목별 관세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협상 결렬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카니 총리는 “미국 협상단은 마지막에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중형 및 대형 트럭을 자동차 관세 인하 혜택에서 제외하려고 했다”며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이 더욱 떨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리어 대표는 “주요 교역국 중 가장 좋은 조건인 10% 목재 관세 철폐, 금속·자동차 관세 인하 등을 제안했지만 그들은 협상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북미 협력 질서 붕괴캐나다 보복관세에 미국은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는 캐나다 보복관세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갈등이 격화하면 북미 무역 질서 전반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매일 약 33만 명이 미국·캐나다 국경을 오가고 있다. 하루 양국 교역액은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카니 총리가 보복관세를 실행에 옮긴다면 경제적·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약 9000억달러 규모 교역(상품+서비스)이 이뤄지는 미국·캐나다 사이에 무역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중소기업이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소규모 수출업체 40%가 직접 타격받고, 3분의 1은 매출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캔디스 레잉 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관세 부과가 북미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인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캐나다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미래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이 USMCA 자동 연장을 거부한 뒤 양국은 재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미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 다각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