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땐 국채금리 급등, 은행 부실로 전이

입력 2026-08-23 18:29
수정 2026-08-24 00:55
과거 글로벌 재정위기 때는 어땠을까.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는 국가 재정에 대한 불신이 국채 금리 급등과 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으로 번진 대표 사례다. 당시 자국 국채를 상당량 보유한 남유럽 은행들은 국채 가격과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자본 건전성 및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했다. 일부 국가는 부실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는 다시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져 ‘은행 부실→정부 부채 증가’라는 악순환이 심화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4개국(GIPS)은 유로화 도입 이후 낮은 금리와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재정·금융 부문 취약성이 누적됐다. 단일 통화 도입으로 환율 위험이 사라지자 투자자들이 국가별 위험을 크게 따지지 않았고, 그 결과 남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가 크게 낮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들 국가 재정은 급격히 취약해졌다.

2009년 말 그리스 재정 통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투자자들이 남유럽 국채를 팔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결국 그리스는 2012년 국채 구조조정에 나섰다. 기존 국채를 액면 원금이 53.5% 삭감된 새 증권으로 교환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을 확정했고, 관련 자본은 사실상 소멸했다. 아시아, 중남미 등 역외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자본과 자금 조달 압박을 받은 유럽계 은행이 해외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로 지역과 스위스 은행이 신흥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 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중반 38%에서 2012년 중반 19%로 낮아졌다.

유럽에서 외화를 빌린 한국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을 차환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위기가 확산하자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위험 회피 현상이 나타났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