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AI)을 처음으로 상상한 인물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의 저서 <정치학>에는 스스로 옷감을 짜는 베틀과 자동으로 연주하는 리라가 등장한다. 오늘날 식당의 서빙 로봇처럼 저절로 움직여서 신들의 파티장에 들어간 삼발이 솥, 휴머노이드 로봇의 원조 격인 손발이 작동하는 조각상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도구들이 명령을 받거나 스스로 알아서 일을 마친다면 주인에겐 노예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발언에서 로봇의 ‘존재 이유’도 짐작해 본다.
일은 고달프다. 일을 지칭하는 용어부터 눈물이 배어 있다. ‘일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레이버(labor)는 ‘고통’ ‘노역’을 뜻하는 라틴어 ‘라보라토레스’에서 나왔다. 프랑스어 ‘트라바이으’는 ‘가축의 굴레’를 의미하는 ‘트리팔리움’을 어원으로 삼는다. 러시아어 ‘라보타치’는 아예 노예를 부르던 말인 ‘라바’에서 유래했다. 러시아어와 뿌리가 같은 체코어 ‘로보타(일하다)’에서 로봇이 탄생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일이 고된 만큼 초인적인 힘을 지닌 누군가가 힘든 일을 대신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힘만 세다고 무작정 험한 일을 떠맡길 수는 없다. 몸의 균형을 잡고, 불규칙한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손으로 야무지게 일을 마무리하려면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 고성능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에 고난도 제어 기술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개막했다.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 울트라’가 100m 달리기에서 9.39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눈길을 끌었다. 우사인 볼트의 인간 세계기록(9.58초)보다도 0.19초 빨랐다. 축구, 자유 격투, 체조 같은 고난도 동작이 필요한 다양한 경기에서 중국은 로봇 기술력을 한껏 뽐냈다.
급격한 로봇 기술 변화를 보면서 못을 박거나 포장하는 일부터 열기로 가득한 공장에서 이뤄지는 노동까지 로봇이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사람을 대체하는 작업에 가장 열심인 곳이 사람이 가장 흔한 나라 중국이다.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도 가장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