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도 못 누른 국채 금리…韓 재정당국이 새겨야 할 교훈

입력 2026-08-23 17:32
수정 2026-08-24 01:01
기축통화 달러를 보유한 미국조차 나랏빚으로 시장의 경고를 받고 있다. 미 장기 국채 금리가 재정적자 우려로 급등하자 재무부 장관이 직접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지난주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3%를 넘어서며 19년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장기채를 사들이고 단기채 발행 비중을 높여 장기 금리를 낮추려는 시도였다. 약발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바이백 발표 직후 급락하던 장기 금리는 다시 상승해 개입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자명하다. 국채 수급을 조절한다고 미국 재정의 취약성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이 3년 안에 부채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장은 글로벌 자산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이 급등했으며 비트코인도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이번 사태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문제는 국채 수급이 아니라 재정 불안 그 자체라는 것이다. 시장도 미 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와 부채 상환 불확실성에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에도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1400조원을 넘어 GDP의 50% 수준에 이른다. 미국보다 훨씬 낮지만, 비기축통화국인 데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재정 신뢰가 흔들리면 한국은 국채 금리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수입물가 상승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그 부담은 다시 정부와 가계, 기업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방만한 재정 팽창은 언제든 시장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이 미 국채시장의 경고를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