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 파병과 대러시아 무기 지원 등 북·러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서 대규모 자금과 물자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망에 갇혀 있던 북한이 이례적인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북한에 현대전 참여 경험은 물론 외화벌이 통로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양 일대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고가 소비재를 취급하는 상업시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 대성백화점에서는 오메가 시계와 샤넬 화장품 등 해외 명품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명품의 소매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급격히 밀착한 북·러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이 노동력과 군수품, 병력을 제공하고 러시아에서 현금과 물자를 받는 구조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이지만, 러시아는 비자 편법 발급과 이들의 불법 체류를 묵인하고 있다. 현재 85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1인당 월 2000달러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에 따르면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현금과 물품 가치는 77억~144억달러(약 10조7000억~20조원)에 이른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15년 만에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적 수혜가 북한 주민 삶의 질 개선보다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경제 특수를 먼 산 불 보듯 해선 안 되는 이유다. 대북 제재의 빈틈을 파고들어 자금과 물자를 주고받는 러시아와 북한의 거래를 차단하고, 제재 위반에 대한 감시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러 군사 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 사회를 설득하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