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안 팔아요, 포기합니다"…성수동 분식집에 무슨 일이

입력 2026-08-23 17:25
수정 2026-08-24 00:21

지난 21일 정오 서울 성수동의 한 김밥 전문점(사진). 메뉴판에서 김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매장은 올해부터 점심시간에 김밥을 팔지 않는다. 재료 손질부터 말고 써는 작업까지 손이 많이 가 별도 인력이 필요하지만, 돈가스나 떡볶이 등에 비해 남는 돈은 적어서다.

김밥집에서 김밥을 팔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쌀·김·달걀·햄·채소 등 원재료값과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김밥 판매의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일부 분식점은 김밥 가격을 올렸고, 일부 점포는 아예 김밥 판매를 접고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메뉴로 눈을 돌리고 있다.

2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022년 2946원에서 지난 6월 기준 3838원까지 뛰었다. 4년 새 30.3% 올랐다. 같은 기간 짜장면(22.2%), 냉면(22.8%), 삼겹살(21.0%) 등 주요 외식 메뉴보다 상승 폭이 더 크다.

김밥값을 밀어 올린 가장 큰 요인은 원재료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평균 가격은 지난해 8월 5만9090원에서 올해 8월 6만1488원으로 4.1% 뛰었다. 같은 기간 특란 30개 가격은 4.2%, 마른 김 10장은 6.2% 상승했다. 햄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채소류는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인건비 부담도 늘었다. 김밥은 밥을 짓고 여러 재료를 손질한 뒤 직접 말고 썰어야 해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인력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5년 전보다 18.3% 올랐고, 내년에는 시간당 1만700원으로 더 인상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사용하는 재료가 많고 손이 많이 가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받는 메뉴”라며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원가가 오른 만큼 판매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분식전문점은 348곳, 폐업한 곳은 461곳이었다. 폐업이 개업보다 113곳 많았다. 분식점의 5년 생존율은 32.1%에 그쳤다. 국내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의 출발점인 대학로 1호점은 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김가네 매장은 2022년 448곳에서 2024년 378곳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고봉민김밥도 541곳에서 450곳으로 감소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