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연료' 수요 늘자…팜유값 22% 상승

입력 2026-08-23 18:05
수정 2026-08-24 00:22
중동발 경유 가격 급등이 라면·과자 원재료인 팜유 값까지 밀어올리고 있다. 석유계 경유가 비싸지면서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차량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까지 높이면서 팜유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부르사 말레이시아 파생상품거래소에 따르면 팜유 11월물은 지난 22일 t당 5020링깃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 4860링깃을 기록하며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3일 가격이 t당 4662링깃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3주 만에 7.7% 올랐다. 6개월 전(t당 4063링깃)과 비교하면 21.8% 상승한 가격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경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체재인 바이오디젤 수요가 늘어났다. 바이오디젤은 팜유를 가공해 지방산메틸에스테르(FAME)로 만든다. 최종 제품과 생산공정은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은 팜원유다. 바이오디젤 생산에 투입되는 원유 물량이 늘면 식품용 정제유로 흘러갈 원료는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싱가포르 가스오일(경유)은 지난 2월 27일 배럴당 91.42달러에서 7월 22일 156.72달러로 71.4% 상승했다.

급등한 경유 가격이 팜유 생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팜 열매 수확과 운송엔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과 기계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 사바·사라왁 지역의 비보조 경유 가격은 최근 약 120% 뛰었다. 경유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사라왁 지역 생산성이 15~20%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일부터 경유에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50% 섞는 B50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치솟은 경유 수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는 B50 도입으로 자국내 팜유 사용량이 1520만t에서 17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과자와 만두 등 각종 가공식품에 팜유가 폭넓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라면업계에서는 팜유가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 20%로 추산한다. 밀가루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뚜기는 다음달 7일부터 컵라면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7%, 만두 16개 품목은 7.7% 올린다. 농심은 이달부터 용기면·스낵·음료 43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팜유 가격이 오른 건 아직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