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채용 시장에서 흥미로운 반전이 나타났다. 2023년 인공지능(AI)으로 7800개 직무를 대체하겠다고 했던 IBM이 3년도 안 돼 신입 채용을 다시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 기업 로버트 하프에 따르면, AI 도입을 이유로 직무를 없앤 미국 채용 관리자의 32%가 같은 자리에 사람을 다시 채용했다. 인력을 줄였다가 품질 저하와 숙련자 부족을 겪으며 기술 만능론의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내 흐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캐치가 2024~2026년 상반기 채용공고를 분석해 보니, 정규직 신입 공고는 2년 새 56%나 감소했다. 우리 기업도 신입 채용의 문을 크게 좁히는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여기서 함께 고민해볼 본질은 분명하다. AI가 신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기대한 생산성 향상이 과연 채용 축소만으로 가능한가의 문제다.
구직 시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캐치가 대학생 12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98%가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주 쓰는 도구의 86%는 챗GPT 같은 단순 대화형 AI에 편중돼 있다. 실제 업무에 적용해 자동화 수준까지 도달한 고숙련자는 6.4%에 불과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문장은 화려해졌지만, 지원자의 실무 실력이라기보다 AI가 매끄럽게 다듬은 결과에 가깝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기존 직원이 AI를 활용해 업무 속도를 높이면 숙련도가 낮은 신입은 덜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AI가 덜어주는 것은 신입의 잠재력이 아니라 신입이 도맡던 단순 반복 업무다. 반복 업무에서 벗어난 신입이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개선해 나갈 때 조직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진다. 신입 채용과 육성을 지나치게 멈추면 몇 년 뒤 AI가 내놓은 오류조차 걸러내기 어려운 숙련 인력 공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기업이 채용에서 가려내야 할 핵심은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다듬어내는 실무 일머리다. 채용 과정에서도 어떤 툴을 다뤄봤는지가 아니라 결과물을 어떻게 점검하고 보완했는지를 살펴야 실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도 단순한 도구 활용법 교육을 넘어 실무 시나리오 기반의 검증 역량을 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신입의 자리를 모두 대신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여러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단순히 써봤다는 이력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며 성과를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AX, 즉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채용 경쟁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