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공중보건 거버넌스를 통합하라

입력 2026-08-23 17:24
수정 2026-08-24 11:25
지난 7월 21일 보건복지부 조직이 전면 개편됐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의 신설이다. 그동안 보건의료정책관, 필수의료지원관, 공공보건정책관 등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관련 업무를 실 단위로 통합한 것이다. 지역, 필수, 공공은 각각 등장하게 된 배경이 다른 개념들이다. 지역의료는 수도권 집중과 고령화로 인한 지역 의료공백 문제에서, 필수의료는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 진료과의 붕괴 문제에서, 공공의료는 시장실패에 대한 국가 개입론에서 출발했다. 모두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개편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번 개편에서 건강정책국은 그대로 남았다. 오히려 보건소 업무가 공공의료정책 쪽으로 넘어가고 질병정책과가 건강정책국으로 오면서 정체성은 더 모호해졌다. 건강정책국의 뿌리는 건강증진국이다. 198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오타와 헌장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도록 하는 과정”으로 건강증진을 선언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후 명칭은 건강정책국으로 바뀌었지만 보건소 업무와 건강증진사업이 여전히 주된 일이었다. 이번 개편으로 그 역사적 기반마저 흔들리게 됐다.

근본 문제는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보건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공공보건의료를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 앞부분은 의료서비스 접근성의 보장이다. 뒷부분은 옥스퍼드 공중보건 교과서가 채택한 정의, 즉 “사회의 조직화된 노력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으로 공중보건 그 자체다. 하나의 법적 정의 안에 의료와 공중보건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WHO는 건강증진을 공중보건의 한 영역으로 분류한다. 건강증진과는 공중보건 업무를 하지만 건강정책국 산하에 있다. 개념이 뒤섞이니 명칭도 뒤섞인다. 복지부는 공공의료정책관의 영문명을 ‘Bureau of Public Health Policy’, 공중보건정책국이라고 쓰고 있다. 정부 스스로 공공의료와 공중보건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상징이다.

이제 인구집단의 건강을 관장하는 부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울 때다. 건강정책국을 ‘공중보건정책국’으로 재정립하고, 지역보건은 물론 교육부의 학교보건, 고용노동부의 산업보건, 국방부의 국방보건까지 통괄·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부처별로 쪼개진 칸막이 속에서는 한 사람의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일관된 건강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시작된 건강교육이 직장과 군대로 이어지고 지역사회에서 완성되도록 설계하는 일, 그것이 공중보건 거버넌스의 통합이다.

국민 건강은 의료서비스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만성질환 시대에 치료는 언제나 예방보다 늦고, 비싸다. 적정 시기에 필요한 건강교육을 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 국가의 책임이다. 치료의 공공성을 강화한 이번 개편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지 않으려면, 나머지 절반인 공중보건 거버넌스의 통합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