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먹어본 사람…우울 경험 2배 높다

입력 2026-08-23 17:32

'살 빼는 약'을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경험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3부터 202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2만7741명(남성 1만908명·여성 1만6833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살 빼는 약'을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경험이 1.9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가능성은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체중감량제를 먹고도 체중이 다시 늘어난 경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근 1년간 몸무게 조절을 위해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체중감량제 사용자 846명과 비사용자 2만6895명으로 나눠 분석했고, 체중감량제 종류는 특정하지 않았다.

체중감량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높았다.

체중감량제 사용자에서 2주 이상 연속해서 우울감을 겪은 경우는 22.1%인 반면 비사용자는 11.4%에 그쳤다.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 상담은 8.4%(비사용자 3.4%), 극단적 선택 생각 경험은 9.9%(비사용자 4.5%), 극단적 선택 계획 수립은 2.2%(비사용자 1.4%), 극단적 선택 시도 경험은 1.7%(비사용자 0.6%) 등이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를 보정하고 체중감량제 사용과 정신건강 문제의 관련성을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체중감량제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우울 경험 1.9배, 정신건강 상담 2.0배, 극단적 선택 생각 2.7배, 극단적 선택 계획 수립 1.9배, 극단적 선택 시도 1.7배 등 각각의 가능성이 더 컸다.

체중감량제를 복용하고도 체중이 증가한 경우는 비사용자 대비 우울 경험 1.9배, 정신건강 상담 1.8배, 극단적 선택 생각 경험 4.2배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컸다.

연구팀은 "체중감량제 사용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할수록 우울 및 극단적 선택 관련 지표가 증가한 경향은 약물 사용 자체의 신경·정신학적 영향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 실패와 관련된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물 사용 이후 기대한 만큼의 체중 감량을 이루지 못하거나 체중이 다시 증가할 경우 자기 외모 불만족과 심리적 좌절감이 심화해 우울 관련 증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