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마다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기은 삼일PwC FS&RS 그룹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금융권 M&A의 특징으로 “비은행계 금융그룹의 종합금융회사 도약을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꼽았다. OK금융그룹의 예별손해보험 인수(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한화생명의 애큐온캐피탈 인수(우협), 한국투자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우협) 등이 대표적이다. 김 그룹장은 “은행계 금융지주의 비은행 라인업 구축이 대부분 끝난 가운데 비은행 금융그룹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그룹장은 삼일PwC 내에서 금융회사 M&A, 구조조정, 회생, 부실채권(NPL) 자문 등을 총괄하고 있다. 1997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그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걸쳐 M&A 자문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올해 금융권 M&A는 보험, 캐피털 업권이 주도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올해 보험사 M&A가 활발한 이유로 매도자와 인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아진 점을 꼽았다. 수년간 매각이 불발됐던 예별손보와 KDB생명은 최근 OK금융과 한투를 인수 우협으로 맞으며 ‘5부 능선’을 넘었다. 매각자 측인 예금보험공사와 산업은행이 인수자 부담을 덜기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 그룹장은 “금융그룹 입장에서 보험사는 마지막 단추”라며 “은행, 증권 등 다른 산업과 업황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보험사 매물도 몸값을 낮추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캐피털사를 인수하려는 금융회사가 부쩍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올해 한화생명(애큐온캐피탈), 카카오뱅크(마스턴캐피탈), 수협은행(데라게란덴) 등이 캐피털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캐피털사에 대해 “금융권에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업권”이라며 “신용도가 높은 우량 금융회사가 캐피털사를 인수할 경우 조달 금리를 낮춰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피털사는 예금 기능이 없어 (채권) 조달 금리에 민감하고 시장의 충격에 취약하다”며 “인수자는 거래 금액과 사업 시너지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전통 금융회사가 가상자산거래소 인수 및 지분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경영권을 인수했고, 하나금융지주와 한투는 각각 두나무·코인원에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김 그룹장은 “미래의 금융시장은 전통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투자에 나선 것처럼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도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규제 때문에 M&A가 어렵다면 소수 지분 투자 등 전략적 제휴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저축은행 M&A는 상대적으로 침체했다는 게 김 그룹장의 진단이다. 그는 “잠재 매물을 포함해 저축은행 M&A 매물은 상당히 많은 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우량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형 저축은행이 이익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몇 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별한 수익 모델이 없어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잠재 인수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 그룹장은 올 하반기에 캐피털사와 자산운용사 M&A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진행되는 데라게란덴과 KG캐피탈 이외에도 중소형 캐피털사에 대한 M&A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이 불발됐지만 대형 운용사 이외에도 중소형 운용사의 M&A는 다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각을 재개한 롯데카드에 대해선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눈높이를 어디까지 낮출지, 그리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자 하는 카드사들이 얼마나 몸값을 지불할 수 있을지가 매각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