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 텐트만 세워두고 자리를 선점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가 곳곳에서 골칫거리다. 지자체가 강제 철거에 나서도 며칠 지나지 않아 새 텐트가 다시 들어서자 아예 텐트가 놓이는 공간 자체를 주차장이나 편의시설로 바꾸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는 가덕도 천성항 일대 자갈밭을 주차장이나 편의시설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천성항은 바다를 끼고 있고 주차장과 화장실, 식당 등이 가까워 캠핑족과 낚시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객이 장기간 빈 텐트를 세워두면서 생겼다. 정식 캠핑장이 아닌데도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텐트와 집기, 즉석식품 등을 그대로 두고 떠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뒤늦게 캠핑을 하러 온 시민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민과 주민들도 쓰레기와 차량 점유로 불편을 겪고 있다.
강서구는 강제 철거에도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행정대집행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어렵게 텐트를 걷어도 2~3일이면 같은 자리에 새 텐트가 다시 설치되는 일이 반복됐다. 일부 캠핑객은 철거를 예상하고 고가 텐트 대신 중저가 텐트를 세워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집중호우와 강풍도 문제를 키웠다. 지난 16~17일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천성항에 방치된 텐트가 찢기고 내부 집기가 흩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자리 선점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환경 문제로 번진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충북 충주에서도 나왔다. 충주시는 지난 14일 단월동 강수욕장 일대에 장기간 방치된 알박기 텐트 16동을 강제 철거했다. 여러 차례 계고에도 소유자가 자진 철거하지 않자 공무원과 철거업체 직원, 굴착기 등을 투입했다.
충주 단월동 강수욕장은 주말마다 강수욕과 캠핑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일부 야영객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빈 텐트만 남겨두면서 민원이 이어졌다. 길게는 1년 넘게 방치된 텐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변과 해변에 방치된 텐트는 미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집중호우 때 하천 수위가 오르면 공무원들이 빈 텐트 안에 사람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방치된 텐트와 캠핑용품이 물에 떠내려가면 하천 쓰레기가 되고, 강풍이 불면 주변 시설물이나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지자체들이 단속을 강화하는 이유다. 충주시는 1차 철거 이후 인근에 남아 있는 방치 텐트도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부산 강서구도 천성항 자갈밭을 주차장이나 편의시설로 바꾸는 방식으로 알박기 텐트 설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박기 텐트를 둘러싼 갈등은 여름 휴가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무료 노지 캠핑장이나 강변, 해변처럼 이용객이 몰리는 곳에서 일부가 공공공간을 사실상 개인 전용 공간처럼 쓰면서다. 지자체 단속이 계고와 철거에 머물 경우 같은 자리에 새 텐트가 다시 들어서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장소를 사유화하는 얌체 캠핑에 대한 시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충주 철거 현장을 지켜본 한 주민은 "1년 내내 방치된 텐트들을 보면 얄미웠는데 치워주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