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도 떼어낸 카카오, 쪼개기 마술 통할까 [허진의 테크토닉]

입력 2026-08-23 08:30
수정 2026-08-23 08:35
지난 21일, 카카오가 회사를 두 개로 쪼갰습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지배구조 개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주가는 7.49% 떨어진 3만580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중에는 3만3600원까지 밀리면서, 두 달 전에 찍었던 52주 최저가(3만2250원) 코앞까지 갔습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미래는 이렇습니다. 두 회사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을 맡는 신설법인 ‘카카오AI’, 다른 하나는 투자와 AI외 기존 핵심 사업을 맡는 존속법인 ‘카카오X’입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AI, 광고, 커머스 사업이 카카오AI로 넘어가고, 기존 카카오는 카카오X로 이름을 바꿔 자회사 관리와 투자를 맡습니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그동안 카카오톡과 AI가 열심히 벌어들인 성과가 한 회사 안에서 자회사 관리·투자 기능과 뒤섞이면서 제값을 못 받아왔다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AI 사업과 기존 사업은 성장하는 속도도, 돈을 다시 쏟아붓는 방식도 완전히 다른데, 한 몸에 묶여 있으니 시장이 각 사업에 서로 다른 가격표를 달아주지 못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니 AI는 공격적으로 재투자하는 성장주로, 테크핀·모빌리티 자회사들은 자산가치 중심의 투자주로 나눠서 평가받게 하자는 겁니다.

카카오가 스스로 매긴 저평가 폭은 꽤 구체적입니다. 8월 기준으로 국내외 증권사들이 내놓은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평균을 보면,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입니다. 그런데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쳤습니다. 카카오는 자기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을 시장에서 받아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번 인적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현저한 복합기업 할인(디스카운트)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신설되는 카카오AI는 뭘 하는 회사일까요. 핵심은 에이전틱 AI입니다. 이용자 대신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는 AI를 카카오톡에 심겠다는 겁니다. 카카오가 그동안 밀어온 슈퍼앱 전략의 연장선인데, 약 5000만 명이 쓰는 카카오톡을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 비서로 바꾸겠다는 그림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카카오는 자기 사업만 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외부 기업을 카카오톡 안으로 끌어들여 중개 수수료를 챙기려 합니다. 이미 음식 배달의 쿠팡이츠, 숙박·여행의 여기어때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나가지 않고도 그 안에서 음식을 시키고 숙소를 예약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카카오의 AI가 강력해질수록 더 많은 외부 기업이 올라타고 싶어 하고, 그러면 그만큼 카카오가 받는 수수료도 불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매출 6조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건 데는 이런 계산이 포함됩니다.

그럼 존속법인 카카오X에는 뭐가 남을까요. AI를 뺀 나머지, 그러니까 테크핀과 콘텐츠, 모빌리티 사업입니다. 콘텐츠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픽코마를 축으로 글로벌 팬덤 사업을 넓힙니다. 모빌리티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보택시를 과감하게 밀어붙입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아와 자율주행 서비스 전용 차량(PBV)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고, 로봇이 물건을 배달해주는 플랫폼 ‘브링’도 키우고 있습니다. 택시 부르듯 로봇을 부르는 세상까지 내다보는 겁니다. 카카오AI 대표에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새 먹거리를 찾는 것도 카카오X의 몫입니다. 카카오가 가진 IT 플랫폼 실력이 통할 만한, 아직 아무도 제대로 안 건드린 틈새 시장을 찾아내는 거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처럼 앞에 ‘카카오’라는 성을 붙일 만한 또 다른 서비스를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이 우선 들여다볼 후보로 꼽혔습니다. 이런 투자에 쓸 실탄으로는 자산을 팔아 마련한 약 2조3000억원, 여기에 자회사들이 쥔 약 4조1000억원이 준비돼 있습니다. 카카오X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주요 사업에서 매출 10조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시장은 이 모든 걸 어떻게 봤을까요. 증권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변화를 예고했는데도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 급락을 오가다 7.49%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카카오가 주주 달래기 카드를 함께 꺼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카카오AI는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과 투자차익의 각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두나무 지분 매각 차익을 활용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같은 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요. 결국 카카오가 내건 ‘AI 회사’라는 간판을 시장이 아직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회사를 나눠 각각 제값을 받겠다는 논리는 카카오AI가 AI로 실제 돈을 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지 않다는 겁니다.

기대를 모았던 오픈AI와의 협력이나 자체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 현재까지 별다른 반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외부 기업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 역시 실제 사용성이 얼마나 뒷받침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카카오는 온디바이스 우선 처리와 모델 연결 기술로 서버 추론 비용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 아직은 회사의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도 그동안 카카오 주가의 반등 조건으로 실적 개선을 넘어선 AI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꼽습니다. 분할로 가격표를 따로 붙이더라도, 그 값을 매길 실적이 없으면 재평가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