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는 미국 경제·금융 역량과 기축통화인 달러,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다.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각국 정부와 투자자가 여유 자금을 보관하고 통화를 방어하는 데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역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주택저당증권 등 민간 채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미국 국채로 세계 자금이 쏠렸다.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한 배경이다. 글로벌 안전자산 부족이 미국 국채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020년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과 빠르게 확대되는 미국 재정적자 때문에 이런 구조가 뒤집히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급이 늘어난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장기채는 여전히 약속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대접받으며 증시가 불안할 때 자금이 몰리면서 국채 가격이 오르던 때와 대비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