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기습 바이백(재매입) 확대 발표로 급락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다시 반등했다. 대증 처방만으로는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이끄는 구조적 요인을 완화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채 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어 안전 자산으로서 성격이 크게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美 국채 금리 하루 만에 반등
20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경제통계(FRED) 등에 따르면 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0.07%포인트 상승해 한때 연 5.27%까지 올랐다. 전날 미 재무부가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약 2조7754억원)에서 4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바이백 발표 직후 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18% 부근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하락분을 대부분 되돌리며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활용할)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며 “현재 국채 금리는 근본적인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추가 개입 의지를 밝혔다. 또 그는 “미 행정부가 이번주 또는 다음주 초 재정 건전화에 집중하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미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놔도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미국 재정 상태 변화가 정부를 압박한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국채 만기가 대규모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6∼2028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고정금리 국채는 8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 대부분은 기존보다 2%포인트 높은 금리로 차환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추가로 빚을 지지 않더라도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700억달러 증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 기조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반전된 데 따른 ‘금리 충격’이 미 국채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단기채 확대도 부메랑이에 미 정부는 국채 만기 단축에 나서고 있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발행 금리가 낮아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바이백에서도 재무부는 기존 장기채를 중·단기채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신규 발행한 국채 가운데 만기 1년 미만 단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이르렀다. 마치 가계가 카드값을 막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계속 받는 ‘돌려막기’와 같다.
당장의 이자는 줄지만 미래의 금리 위험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만기 국채는 30년간 이자가 고정되지만 3개월물과 1년짜리는 만기 때마다 해당 시점의 시장금리를 반영해 다시 빌려야 한다. 명목상 고정금리채지만 실제로는 계속 금리가 재설정되는 변동금리 부채에 가깝다. 물가 충격과 전쟁, 중앙은행 정책 변화 등이 즉각 국채 발행 부담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국채 금리 전반의 변동성이 커져 안전 자산으로서 성격이 옅어진다.
미 국채를 매집한 ‘큰손’의 성격 변화도 구조적인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계 투자자는 미 국채의 핵심 매수 주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줄었다. 뉴욕연은 수탁 계정에 보관된 외국 공식 기관의 미 국채 규모는 2021년 약 3조달러에서 2025년 말 약 2조7000억달러로 줄었다. 미국의 6월 외국인 국채 거래 기준 순매수액은 68억달러로 5월 566억달러보다 88% 급감했다.
그 대신 헤지펀드와 테더를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이 미 국채 주요 매수자로 떠올랐다. 이들 업체는 단기채 수요에 도움이 되지만 10~30년 만기 공급을 받아주던 해외 중앙은행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변화를 종합해 미 국채가 자산으로서 갖는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미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다른 금융상품보다 금리가 낮아도 투자자가 기꺼이 샀다. 최근에는 국채 발행량이 크게 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보상(추가 이자)을 요구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리카르도 카바예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15년 이후 미 국채 금리 상승폭 2.5%포인트 중 0.75%포인트 정도는 투자자의 추가 보상 요구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투자하며 안전 자산을 확보하기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