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물 안 채워도 된다"…물 부족 국가 뒤집은 벼농사 혁명

입력 2026-08-21 21:00
모내기부터 수확 때까지 물이 가득 찬 논은 동아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마른 논’을 활용한 벼 재배가 늘고 있다. 지하수 고갈과 기후 변화 등으로 농업용수 부족이 심해진 영향이다.


일본 기후테크 기업 그린카본에 따르면 캄보디아 바탐방에서는 ‘습윤 건조 반복’(AWD) 농법을 적용한 논이 지난해 약 1090헥타르(㏊)에서 올해 7500㏊로 반년 만에 일곱 배가량으로 확대됐다. 베트남 응에안성에서도 관련 면적이 1년 전 대비 3.3배 늘었다. 필리핀에서도 관련 농법이 확산하는 추세다.

AWD는 논에 물을 넣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의 농법이다. 수확 전까지 벼 밑단이 물에 잠겨 있도록 하는 일반적인 농법과 다르다. 모내기한 벼가 적응할 때까지 1~2주간은 논에 물을 대고, 이후에는 토양 아래로 깊이 15㎝에 도달할 때까지 물이 빠지거나 증발하도록 둔다.

논이 마른 기간에는 담수에 따른 잡초 억제 효과가 약해져 관리 부담과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WD를 활용하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도 관개용수 사용량을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농업환경부는 지난 3월 지역에 따라 물 사용량이 20~5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기존 농법을 사용한 논에서 벼 1㎏을 생산하기 위해선 물 2500L가 필요하다.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쌀 생산국이 AWD에 주목하는 이유다.

강수량이 적은 데다 지표에 두꺼운 점토층이 깔려 있어 지하수 부족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북서부 바린드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에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2024~2025년 바린드 지역 내 농가 1000곳을 대상으로 AWD 실증 사업을 벌였다.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것도 AWD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쌀농사연구소(IRRI)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논에 채워진 물에서 형성된 미생물이 배출하는 메탄이다. AWD를 사용하면 토양이 산소에 노출되면서 메탄 배출량이 일반 논농사 대비 30~70% 감소한다.

물론 한계점도 존재한다. AWD를 적용하면 아산화질소 배출이 평균 44% 증가한다. 다만 메탄 감소폭이 더 커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합산한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약 47% 낮아졌다.

AWD보다 더 적극적으로 물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밭농사처럼 고랑을 따라 물을 흘리는 ‘고랑관개’가 확산하고 있다. 대만 등에서는 관을 통해 벼 뿌리 주변에만 물을 공급하는 ‘점적관개’ 실증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손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