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의사결정 효율화로 '카카오 디스카운트' 없앤다

입력 2026-08-21 17:40
수정 2026-08-22 02:22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사업회사 ‘카카오AI’와 투자회사 ‘카카오X’로 분할된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 분할하는 안을 의결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주당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주주는 분할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받는다.

신설 법인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광고, 커머스를 담당한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는 존속 법인 카카오X에 귀속된다. 카카오X는 약 6조4000억원의 투자 재원을 활용해 가상자산, 피지컬 AI,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성장 사업을 발굴한다.

카카오AI 대표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X 대표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맡는다. 김 대표는 이날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카카오는 7.49% 하락한 3만5800원에 마감했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 지배구조 개편나서
카카오AI, 카톡 중심 AI 사업…카카오X는 미래 신사업 발굴해카카오가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본격적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다. 라이벌인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영역에서 성과를 내온 데 비해 존재감이 적었던 카카오의 결의다. 카카오톡(카톡)을 통해 그룹 전체로 들어오는 현금과 두나무 주식 매각 대금으로 확보한 2조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AI·카카오X로 분리핵심은 모든 계열사가 곶감처럼 빼먹고 있는 카톡을 그룹 전체에서 떼어내 분리하는 것이다. 카톡은 신설법인인 카카오AI가 맡아 계속 수익을 창출하며 AI 인프라에서 기회를 찾는 데 쓰인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카톡과 떨어져 존속법인인 카카오X로 들어간다. 카카오X는 이를 기반으로 핀테크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는 이를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카카오 본체의 역량을 중요한 일이 아니라 급한 일에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핵심 자회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경영자원이 소모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올초부터 (인적분할 관련)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가 플랫폼 사업으로 벌어들인 잉여현금흐름(FCF)을 자회사로 분산하면서 AI 기술과 대규모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카카오 경영진은 시장 내 최대 당면 과제로 심각한 디스카운트(저평가)를 꼽았다. 증권사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평균 기준 카카오의 그룹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16조8000억원)의 두 배가량으로 높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카카오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는 해체된다. 김 대표 내정자는 “합병 등을 동반한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현재 특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 계획도 전혀 없다”고 했다. ◇“카카오X 2030년 매출 10조원”카카오AI는 카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2030년까지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플랫폼 체류시간을 50% 이상 늘려 2030년 매출 6조원, AI 매출 1조원을 내겠다고 했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AI 시대에 적합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카톡을 떼어낸 카카오X는 철저히 미래를 위한 투자회사 역할을 맡는다. 주로 가상자산,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신규 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자체 유동화 재원(2조3000억원), 자회사 보유 현금(4조1000억원) 등 6조40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한다. 2030년 주요 사업 매출 10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3%를 넘기겠다는 목표다.

이번 분할은 2024년부터 2년여간 진행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체제로 정비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국내 기준)는 ‘문어발 확장’을 하던 2023년 138개에서 이달 86개로 줄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금처럼 대주주 역할을 맡아 성장 혁신을 지원한다. 김 창업자는 이날 임직원 대상 메시지에서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직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